찌기
증기는 100°C를 넘지 않는데도 끓는 물보다 빠르게 익힙니다. 그 이유인 응축열, 뚜껑에서 떨어지는 물이 만드는 실패, 겹쳐 찔 때 실제로 일어나는 일.
증기는 100°C를 넘지 않는데 물보다 빠르다
이게 찌기의 핵심이고, 직관과 어긋나는 부분입니다.
증기가 차가운 재료 표면에 닿으면 응축되면서 기화열(잠열)을 한꺼번에 내놓습니다. 1g의 증기가 물로 바뀔 때 나오는 열은, 같은 1g의 물이 100°C에서 60°C로 식으면서 내놓는 열의 다섯 배가 넘습니다.
그래서 온도가 같아도 열이 전달되는 속도는 증기가 훨씬 빠릅니다. 그리고 재료가 물에 잠기지 않으니 수용성 성분이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삶기와 찌기의 차이는 온도가 아니라 이 두 가지입니다(건열과 습열).
세 번째 차이: 표면이 녹지 않는다
곡물처럼 낱알로 남아야 하는 것에서는 이 차이가 결정적입니다. 물에 삶으면 낱알 표면에서 빠져나온 전분이 갈 곳이 있습니다 — 주변 물에 녹아 낱알끼리를 붙입니다. 찌면 낱알이 받는 물은 자기 표면에 응축된 것뿐이라, 표면이 녹아 서로 섞이는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니제르의 담부는 그래서 굵게 부순 곡물을 두 번에 걸쳐 찌고, 코트디부아르의 아체케도 발효시킨 카사바를 눌러 짜서 체에 내린 다음 삶지 않고 찝니다. 목표가 낱알이 각각 남는 것이라면 삶는 것은 애초에 선택지가 아닙니다.
그 물이 어디로 가느냐에 달려 있다
위 문단은 낱알에서 빠져나온 전분에 갈 곳이 있다고 정확히 짚어 놓고, 삶는 것을 한 가지로 취급합니다. 한 가지가 아닙니다. 보통 밥을 짓는 솥에서는 물이 전부 흡수되니 녹아 나온 것도 뚜껑을 열 때까지 그대로 남아 있고, 그래서 밥 짓기는 표면 전분을 걷어내는 시점을 솥에 안치기 전으로 잡습니다. 같은 쌀을 넉넉한 물에 삶고 그 물을 버리면 전분은 물과 함께 나갑니다.
비리야니와 쿠비데 케밥의 첼로우가 정확히 그렇게 한 다음, 그러고도 찝니다. 비리야니는 "통향신료·소금 넣은 끓는 물에 70%만 익도록 삶아 건지"고, 쿠비데 케밥은 "소금물에 삶다가 알덴테에서 건지고, 약불에 뚜껑 덮어 15분 뜸을 들여 첼로우를 만든다" — 첼로우는 접시 위에서 낱알이 흩어지는 것이 정체성인 밥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삶기와 찌기는 둘 중 하나가 아니라 순서이고, 두 번째 단계를 필요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위 문단입니다. 건져 내는 것은 씻는 일을 익힌 뒤에 한 번 더 하는 것이고, 이어지는 찜은 되돌려 놓을 자유수가 없는 상태에서 낱알을 마무리합니다. 비리야니는 그 극단이라, 밀봉한 뚜껑 안에 남은 액체라고는 응결된 물뿐이고 그것이 70%에서 멈추는 이유입니다.
규칙이 쓰인 그대로 들어맞는 자리는 버릴 물이 아예 없는 경우입니다. 담부의 부순 곡물은 손으로 물 4큰술을 비벼 넣은 정도로만 젖은 채 찜기에 들어가고, 아체케의 눌러 짠 알갱이는 냄비를 만나면 체 위에서 이미 반죽이 됩니다. 이 둘에게는 삶는 선택지가 정말로 없고, 두 쪽 모두 자기 글에서 그렇게 말합니다.
흡수식이 지는 자리도 아닙니다. 일이 앞으로 당겨질 뿐입니다. 플로프도 같은 고슬고슬함을 원하는데, "물이 맑아질 때까지" 헹구고 담갔다가 지르박 위에 펴 올린 뒤 절대 섞지 않습니다 — 전분은 미리 걷어 냈고, 그 뒤로는 낱알끼리 비비지만 않으면 됩니다.
물이 재료에 닿으면 그건 찌기가 아니다
기본이지만 실패의 절반입니다. 물 높이는 찜기 바닥에서 2~3cm, 재료에는 닿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증기가 충분히 오른 뒤에 재료를 넣습니다. 찬물에 재료를 올려 두고 함께 가열하면 물이 끓기까지 재료가 미지근한 구간에 오래 머무릅니다. 반죽이 든 것은 그사이 퍼지고, 계란찜은 기포가 생깁니다.
긴 조리에서는 물이 마르는 것이 진짜 위험입니다. 20분 넘게 찌는 것이라면 끓는 물을 따로 준비해 두고 보충합니다. 찬물을 부으면 증기가 끊깁니다.
반대쪽 끝도 알아 둘 만합니다. 전분은 물을 흡수하며 60~75℃에서 굳으므로, 얇게 부으면 100℃ 증기에서 2분이면 끝납니다. 청판이 그렇고, 더 두면 부드러워지는 게 아니라 질겨집니다. 로박고우처럼 두꺼운 케이크는 같은 원리로 한 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 온도가 아니라 두께가 시간을 정합니다.
뚜껑에서 떨어지는 물이 가장 흔한 실패다
뚜껑 안쪽에 응축된 물이 모여 재료 위로 떨어집니다. 만두는 그 자리의 피가 젖어 터지고, 찐빵은 표면이 얼룩지고, 생선은 물이 고입니다.
해법 세 가지, 위에서부터 효과 순입니다.
- 면포를 뚜껑 아래에 덮어 응축수를 받습니다. 중식 찜통이 대나무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 대나무는 물을 흡수합니다.
- 뚜껑을 아주 살짝 기울여 물이 벽을 타고 흐르게 합니다.
- 재료 위에 유산지를 덮습니다.
돌아오는 물이 목적인 경우는 빼고
셋 다 응축수를 오염물로 다루고 있고, "효과 순"이라는 것도 결국 얼마나 완전히 치워 내느냐의 순서입니다. 그런데 그 물을 치우는 것이 곧 실패인 요리들이 한 무리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르는 질문은 뚜껑이 아니라 재료가 물 위에 있느냐, 물 안에 있느냐입니다.
찜기에서는 재료가 물 위에 있으니, 떨어지는 것은 부탁한 적 없는 희석이고 그 자리의 젖은 자국입니다. 뚜껑 있는 냄비에서는 재료가 국물 안에 있고, 돌아오는 물은 그 요리 자신의 조리수가 제자리로 가는 것입니다. 두 번째 경우에 위의 세 해법을 쓰면 소스를 냄비 옆으로 흘려보내는 셈이 됩니다.
두 요리가 이것을 끝까지 밀고 가는데, 방법은 정반대입니다.
- 비리야니는 냄비를 아예 봉합니다. 그 페이지가 직접 적어 두었습니다 — 덤(dum)은 "이 가이드가 말하는 가장 흔한 실패를 의도적으로 뒤집는다"고요. 떨어지는 물이 쌀이 마저 익는 데 쓸 물 전부입니다. 그래서 테두리를 반죽으로 막고, 들여다보려고 뚜껑을 여는 것은 중단이 아니라 종료입니다.
- 타진은 아무것도 봉하지 않습니다. 높은 원뿔은 김이 자유롭게 돌게 두고 떨어지는 자리만 바꿉니다. 뿔 끝이 냄비 위에서 가장 차가운 면이라, 응축수는 경사를 타고 테두리로 내려가 고기 위가 아니라 가장자리 국물로 돌아갑니다. 위의 두 번째 해법 — "뚜껑을 기울여 물이 벽을 타게 한다" — 을 그릇의 형태로 굳혀 영구화한 것이죠. 한 시간을 끓여도 수위가 잘 내려가지 않고, 냄비를 젓지 않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알루 고비는 물을 한 방울도 넣지 않는 같은 경우입니다 — "뚜껑이 곧 조리법 전체"이고, 국물은 콜리플라워가 스스로 내놓은 물입니다. 테두리를 반죽이나 잎으로 봉하는 나머지 식구들은 마른 열과 습한 열이 다룹니다.
증기는 통과해야 하므로, 눌러 담는 것 자체가 변수다
증기에는 밀어붙이는 힘이 없습니다. 뜨거운 물처럼 재료를 밀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빈 틈을 따라 흘러 들어가 표면에서 응축될 뿐입니다. 그래서 밀도가 조리 시간을 좌우합니다.
백설기가 그 극단입니다 — 쌀가루를 틀에 담을 때 절대 누르지 않습니다. 가루 사이의 틈이 증기가 지나갈 길이고, 눌러 담으면 겉만 익고 속은 가루로 남습니다. 반죽이 아니라 가루 상태로 굳는 떡이라 대체 경로가 없습니다.
증편은 반대편에서 같은 사실을 씁니다. 쌀에는 가스를 붙잡을 그물이 없는데도 부풀 수 있는 것은 반죽이 부을 수 있을 만큼 묽어서입니다. 되게 반죽하면 기포가 통째로 몇 개만 남습니다.
즉 찜기에 무엇을 어떻게 담는지가 조리법의 일부입니다.
겹쳐 찌기는 생각과 다르게 작동한다
"위쪽 칸이 덜 익는다"는 흔한 오해입니다. 증기의 온도는 위아래가 같으므로 온도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생기는 차이는 다른 것입니다.
- 아래 칸이 응축수를 더 많이 받습니다 — 위 칸에서 떨어지는 물까지 받기 때문입니다.
- 아래 칸의 향이 위로 올라갑니다. 생선과 떡을 같이 찌면 떡에서 생선 냄새가 납니다.
그래서 순서는 향이 강한 것을 위가 아니라 아래에, 물에 젖으면 안 되는 것을 위에 둡니다. 그리고 중간에 칸을 바꾸는 것보다 한 번에 다 익을 조합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붙지 않게 하는 것은 기름이 아니라 깔개다
찜기 바닥에 기름을 바르는 것은 효과가 오래가지 않습니다. 증기에 씻겨 내려갑니다.
다만 기름이 아무 쓸모 없다는 뜻은 아니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청판은 쌀 반죽을 1~2mm로 부어 2분 만에 굳히는데, 트레이에 기름을 얇게 바릅니다. 여기서 기름은 찌는 동안 붙는 것을 막는 게 아니라 — 2분이면 그 전에 다 굳습니다 — 완전히 굳은 막을 매끈한 금속에서 떼어내기 위한 것입니다. 같은 기름, 다른 목적입니다.
- 유산지에 구멍을 뚫어 깔면 증기는 통하고 붙지는 않습니다.
- 배춧잎, 양배춧잎을 깔면 향도 함께 옵니다. 부즈와 만두에 흔한 방법입니다.
- 솔잎 — 송편의 이름이 여기서 옵니다. 향이 배는 것이 목적이고, 붙지 않게 하는 것은 부수 효과입니다.
- 당근 조각을 얇게 깔기 — 하가우처럼 피가 얇아 유산지에도 붙는 것에 씁니다.
깔개 대신 재료를 통째로 싸는 경우
깔개는 재료와 찜기 사이에 한 겹을 두는 것이지만, 재료를 완전히 싸 버리면 조건이 달라집니다. 응축수가 애초에 닿지 않으니 뚜껑 물받이가 필요 없고, 향이 밖으로 나가지도 않습니다.
- 아목은 바나나잎을 그릇처럼 접어 씁니다. 잎이 용기입니다.
- 일리시 파투리는 잎을 뚜껑으로 씁니다 — 겨자의 매운 성분이 휘발성이라 열린 그릇에서는 날아가기 때문입니다.
- 이칸 페페스는 여기서 한 단계 더 갑니다. 찐 다음 싼 채로 숯불에 올려 표면의 물기를 날리고, 그러면서 그을린 잎 자체가 향의 일부가 됩니다. 순서를 뒤집으면 생선이 익기 전에 잎이 재가 됩니다.
바나나잎은 불에 잠깐 쬐어 부드럽게 만든 뒤 접습니다. 그냥 접으면 결을 따라 찢어집니다.
조리법에 따라 찜기의 종류가 달라진다
- 대나무 찜통 — 응축수를 흡수합니다. 딤섬(하가우, 사오마이)에 가장 적합합니다.
- 금속 찜기 — 응축수가 그대로 떨어집니다. 면포가 사실상 필수입니다.
- 뚜껑 덮은 팬 — 소량이면 충분합니다. 접시를 세 개의 작은 그릇 위에 올리면 즉석 찜기가 됩니다.
다 쪄지면 — 즉시 열 것과 두어야 할 것
이게 갈립니다.
- 만두류는 즉시 엽니다. 증기가 갇힌 채 식으면 응축수가 피를 적셔 바닥에 붙습니다. 교자를 굽고 찌는 조리에서도 마지막에 뚜껑을 열어 수분을 날립니다.
- 발효 반죽은 3분 두고 엽니다. 찐빵과 만터우처럼 부푼 반죽은 급격한 온도 변화에 주저앉습니다.
- 계란찜은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채 2~3분 둡니다. 잔열로 중심이 굳고, 바로 열면 중심이 덜 익습니다.
"찜"이라는 이름이 늘 찌기를 뜻하지는 않는다
한국어에서 이름이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갈비찜은 증기로 찌는 요리가 아니라 간장 국물에서 뚜껑을 덮고 오래 조리는 것, 즉 조리(braise)입니다.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바뀌는 데 필요한 것은 증기가 아니라 액체와 시간입니다(조리기).
아프간 만투처럼 정말 찌는 것과, 이름만 찜인 것을 구별하면 조리법을 잘못 고르는 일이 줄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