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치기와 색 살리기
데친 채소가 누렇게 변하는 이유는 산과 열입니다. 물을 넉넉히 잡는 이유, 뚜껑을 열어야 하는 이유, 얼음물이 실제로 하는 일.
녹색이 사라지는 이유
채소의 녹색은 클로로필입니다. 클로로필은 열과 산에 약합니다. 가열되면 세포에서 유기산이 빠져나오고, 그 산이 클로로필의 마그네슘을 떼어내면서 색이 올리브색·누런색으로 바뀝니다.
이걸 알면 대처법이 자동으로 나옵니다: 짧게 익히고, 산을 희석하고, 산이 빠져나갈 길을 열어 준다.
색소가 바뀌면 산의 역할도 바뀐다
이 절은 클로로필에 관한 이야기이고, 다른 색소는 산에 반대로 반응합니다. 비트의 붉은색인 베타닌은 중성에서 열을 받으면 갈색으로 무너지지만, 산이 있으면 그 색을 붙잡아 줍니다. 그래서 보르시는 비트를 삶을 때 식초나 레몬을 넣고, 유제품과 섞어 색이 전부인 샬티바르셰이는 그 원리에 요리 전체가 걸려 있습니다.
즉 "산은 색의 적"이 아니라 어느 색소인가의 문제입니다. 녹색 채소는 산을 내보내야 하고, 붉은 비트는 산을 넣어 줘야 합니다.
물은 넉넉히
채소 양의 5배 이상 물을 씁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채소를 넣었을 때 물의 온도가 덜 떨어집니다. 물이 적으면 다시 끓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그만큼 채소가 더 익습니다. 2. 채소에서 나온 산이 희석됩니다.
뚜껑을 열어 둔다
뚜껑을 덮으면 휘발성 유기산이 증기와 함께 냄비 안에 갇혀 물로 돌아옵니다. 뚜껑을 열어 두면 산이 날아갑니다. 녹색 채소를 데칠 때만 해당하는 규칙입니다.
그런데 콩나물은 뚜껑을 덮는다
아래 시간표에 콩나물이 들어 있지만, 콩나물은 이 규칙의 반대편입니다. 클로로필이 없어 지킬 색이 없고, 대신 아스파라긴이라는 아미노산에서 나오는 풋내를 날려야 합니다. 그 성분이 휘발되어 나가는 동안 뚜껑을 열면 증기가 식으면서 다시 떨어져 돌아옵니다 — 콩나물국이 "중간에 뚜껑을 열면 비린내가 난다"고 하는 것이 이 얘기입니다.
그러니 뚜껑은 무엇을 내보내려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유기산을 내보내려면 열고, 풋내를 잡아 두고 익히려면 덮습니다.
그리고 콩나물의 창은 좁습니다. 풋내는 첫 1분에 대체로 빠지지만 3분을 넘기면 아삭함이 사라지므로, 콩나물국밥처럼 아삭함이 핵심인 요리는 60~90초에서 끝냅니다.
소금은 짜게
물 1L에 소금 10g 정도. 데치는 물의 소금은 간을 하는 역할도 하지만, 삼투압 차이를 줄여 채소 안의 성분이 물로 빠져나가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도 합니다. 시금치나물이나 콩나물무침이 밍밍해지는 가장 흔한 원인이 이 소금 생략입니다.
얼음물이 하는 일
건져낸 채소는 자체 열로 계속 익습니다(잔열 조리). 얼음물에 담그면 그것이 즉시 멈춥니다. 색을 지키는 것보다 과조리를 멈추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 물기를 꼭 짜냅니다. 특히 나물로 무칠 때, 물이 남아 있으면 양념이 겉돌고 묽어집니다.
- 30초 이상 담그지 않습니다. 오래 두면 맛이 물로 빠집니다.
30초라는 숫자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다
위의 상한은 찬물의 성질이 아니라 바로 앞 문장이 말한 목적에서 나옵니다. 잔열 조리를 멈추는 것이 전부라면 표면만 차가워지면 되고, 그 뒤의 시간은 원하지도 않은 유실일 뿐입니다. 같은 얼음물에 다른 일을 시키면 그 숫자는 양쪽으로 움직입니다.
- 차가움이 무언가를 굳히러 있는 것이라면, 시계는 속이 쥐고 있습니다. 속이 아직 따뜻한데 표면만 0도인 상태는 조리를 멈춘 것일 뿐 아무것도 굳히지 못합니다. 얌 운센은 얼음물이 "필수"라고 하면서 이유를 답니다 — "굳는 과정 자체가 요리의 일부이므로 빨리 식히는 편이 낫습니다" — 그리고 그 단계는 완전히 식을 때까지입니다. 굳는 것은 식으면서 다시 결정으로 뭉치는 녹두 전분의 아밀로스이고, 그 설명은 면 삶기에 있습니다. 하이난 치킨라이스는 삶은 통닭을 5분 담급니다. 껍질이 탱글해지는 것은 콜라겐에서 나온 젤라틴이 굳는 것이고, 젤라틴은 순간이 아니라 온도에서 굳기 때문입니다(내는 온도). 그러니 "멈추기"는 언제부터 꺼내도 되는지를 말하고, "굳히기"는 언제까지 두어야 하는지를 말합니다 — 같은 지시가 아닙니다.
- 그리고 빠져나가는 것이 목적일 때는, 맛이 물로 빠진다는 위의 줄이 거꾸로 읽힙니다. 가마보코는 다진 흰살 생선을 얼음물에 30초 젓고 체에 부은 뒤 물을 갈아 세 번 반복합니다. 그 페이지의 말로는 "물이 흐릴수록 잘 되고 있는 것"이고, 씻겨 나가는 것이 지방과 피와 물에 녹는 단백질, 남는 것이 근섬유 단백질입니다. 같은 페이지가 "씻는 횟수가 곧 탄력"이라고 못 박습니다. 그 선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차가움입니다 — 반죽의 뼈대가 되는 근섬유 단백질은 소금에만 녹아 나오고, 반죽은 내내 10도를 넘으면 안 됩니다. 라스굴라는 얼음물 한 번으로 두 가지를 합니다. 응고된 커드를 헹궈 레몬 맛을 빼내면서, 동시에 산이 더 일하지 못하게 끊습니다.
그러니 얼음물에 타이머를 맞추기 전에 그 물이 무엇을 하러 있는지를 먼저 정합니다. 위의 30초는 채소의 경우이고, 물속에 머문 시간이 비용밖에 되지 않는 경우입니다.
채소별 시간
같은 냄비에 다른 채소를 함께 넣지 마세요. 익는 속도가 다릅니다.
- 시금치·부추·깻잎: 20~30초. 색이 진해지는 순간 건집니다.
- 콩나물: 3~4분. 아린 맛이 사라질 만큼은 익혀야 합니다.
- 브로콜리·아스파라거스: 2~3분.
- 당근·감자: 5분 이상, 또는 다른 방법으로.
- 애호박: 1분. 더 익히면 물러집니다.
이 규칙이 통째로 뒤집히는 경우
위의 규칙은 아린 맛이 없고 향이 연한 채소를 짧게 익혀 색을 지키는 상황을 전제합니다. 재료가 다르면 네 가지가 동시에 반대가 됩니다.
그리스의 호르타는 야생 쓴 잎을 15~20분 삶습니다. 시금치가 20~30초인 그 자리에서요. 그리고 건진 뒤 물기를 짜지 않습니다 — 뜨거운 잎은 올리브유를 안으로 받아들이고, 식혀서 짠 잎은 기름을 겉에만 묻힙니다. 데친 물도 버리지 않고 주미라 부르며 마십니다. 색도 일부러 올리브색이 됩니다. 선명한 초록으로 나온 호르타는 덜 익은 것입니다.
즉 위의 규칙은 채소 일반의 법칙이 아니라 이 목적을 위한 규칙입니다. 쓴맛을 빼야 하고, 기름을 안까지 넣어야 하고, 삶은 물이 국물인 요리에서는 하나씩 반대로 갑니다. 시금치나물이 물기를 꼭 짜야 하는 이유(참기름이 적어서 겉에만 묻으면 안 됩니다)와 호르타가 짜면 안 되는 이유(올리브유가 많아서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가 같은 원리의 양쪽입니다.
채소가 아닌 것을 데칠 때
데치기는 채소 이야기로 쓰였지만, 물에 잠깐 넣는 목적은 여러 갈래로 갈립니다.
- 빼내기 위해. 블랑케트 드 보는 송아지고기를 찬물에서 끓여 올려 회색 거품을 걷고 그 물을 버립니다. 데친 물이 국물이 되는 채소와 정반대로, 여기서는 버리는 것이 목적입니다 — 그 국물이 나중에 소스가 되기 때문에 탁하면 안 됩니다.
- 표면을 굳혀 붙잡기 위해. 폴부 아 페이라는 문어를 끓는 물에 세 번 담갔다 빼는 아수스타르를 합니다. 겉이 먼저 굳으면서 껍질이 살에 붙어 남습니다.
- 물기를 빼기 위해. 담부는 모링가 잎을 삶아 식힌 뒤 꼭 짭니다. 젖은 잎이 들어가면 쪄 놓은 곡물 알이 다시 뭉치기 때문입니다. 호르타와 정확히 반대의 이유로 짜는 셈입니다.
- 떼어내기 위해. 이라크 돌마는 양파를 통째로 데칩니다. 익힐 목적이 아니고, 겉켜와 안켜 사이가 살짝 풀려 한 장씩 벗겨지게 하려는 것입니다. 생양파는 억지로 벗기면 찢어지고, 오래 삶으면 물러서 못 씁니다. 껍질을 벗기려고 토마토를 데치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 표면을 만들기 위해. 선데이 로스트는 감자를 겉이 막 부서지기 시작할 때까지 8~10분 삶고, 물기를 완전히 뺀 뒤 냄비 뚜껑을 덮고 세게 흔들어 표면을 일부러 거칠게 만듭니다. "그 거친 겉면이 크러스트가 나오는 자리이고, 매끈한 감자는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그 페이지가 적습니다. 위의 아수스타르와 같은 변수를 정반대 방향으로 쓰는 것입니다 — 한쪽은 표면을 굳혀 붙잡고, 이쪽은 표면을 무너뜨려 넓힙니다.
겉에 묻은 기름을 빼는 것은 다른 작업이다
위의 "빼내기 위해"는 속에서 나와야 하는 것을 전제로 쓰였습니다. 송아지고기를 찬물에서부터 천천히 올리는 것은, 안에 있던 것이 굳으면서 걷어낼 수 있는 자리로 떠오를 시간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차게 시작해 천천히 올리는 것이 그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빼야 할 것이 겉에 묻은 기름일 때는 둘 다 필요하지 않고, 그 일을 하는 요리들은 몇 초로 끝냅니다. 어묵볶음은 파는 어묵을 "살짝 데치거나 체에 받쳐 뜨거운 물을 끼얹어" 표면 기름을 뺍니다. 부대찌개는 햄과 소시지를 냄비에 넣기 전에 끓는 물에 살짝 데칩니다. 끓는 물을 위에서 그대로, 찬물로 시작하지 않고 — 이동해야 할 것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체 위에서 해야 하는 이유는, 이 기름이 걷어낼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육수의 기본은 처음 10~15분에 부지런히 거품을 걷으라고 하고, 콜라겐과 시간은 하루 지나 굳은 기름이 통째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둘 다 기름이 손이 닿는 액체의 표면으로 떠올라 있다는 전제 위에 있습니다. 어묵의 기름막은 애초에 액체로 들어가지도 않습니다 — 소스와 어묵 사이에 서 있고, 그 페이지의 표현으로 "소스는 밀어낼 수 없는 지방에는 붙지 못합니다". 부대찌개 쪽은 끓는 냄비에서 바로 떠먹는 국물로 들어갑니다. 국자를 들고 거품을 걷고 있을 시점이 아닙니다.
데친 물을 버릴 때와 안 버릴 때
- 버립니다: 시금치처럼 옥살산이 많은 채소, 아린 맛이 있는 채소.
- 씁니다: 콩나물 데친 물은 그대로 국물이 됩니다. 잡채의 채소를 데친 물도 국물 요리에 쓸 수 있습니다. 호르타는 한 발 더 나가서, 삶은 물 자체가 곁들여 마시는 국물입니다.
데치기를 안 하는 편이 나은 경우
모든 채소가 데치기에 맞는 것은 아닙니다. 수분이 많고 향이 약한 채소(가지, 버섯, 애호박)는 데치면 물만 먹고 맛이 빠집니다. 이런 것들은 굽거나 볶는 편이 낫습니다 — 갈색으로 굽기 편을 참고하세요.
가지가 특히 그렇습니다. 어향가지는 소금물에 5분 절였다가 물기를 닦고 그대로 튀기며(전분은 가지가 아니라 마지막에 소스로 들어갑니다), 카포나타는 조각별로 따로 볶아 수분을 날립니다. 둘 다 물을 넣지 않는 쪽으로 가는데, 가지는 스펀지라 물에 넣으면 그 물을 그대로 안고 나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