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수의 기본
맑은 육수와 탁한 육수를 가르는 것은 재료가 아니라 온도입니다. 찬물에서 시작하는 이유, 재료별 끓이는 시간, 소금을 넣지 않는 이유.
끓이면 탁해진다
육수를 팔팔 끓이면 국물이 탁해집니다. 강한 물의 움직임이 단백질과 지방을 잘게 부수어 물에 섞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한번 섞인 것은 다시 걷어낼 수 없습니다.
끓기 시작하면 불을 낮춰 표면이 살짝 떨리는 정도로 유지합니다. 큰 기포가 올라오지 않고 아주 작은 기포만 간간이 보이는 상태(약 85~95℃)입니다. 맑은 국물이 목표인 삼계탕이나 포에서는 이 온도 유지가 전부입니다.
반대로 탁하고 진한 것이 목표인 국물도 있습니다. 뽀얀 뼈국물은 일부러 세게 끓여 콜라겐과 지방을 유화시킨 것입니다. 목표를 먼저 정하세요.
찬물에서 시작한다
뼈나 고기를 찬물에 넣고 함께 온도를 올립니다. 끓는 물에 넣으면 표면 단백질이 즉시 굳어 안쪽 맛이 물로 나오지 못합니다. 천천히 올리면 단백질이 서서히 응고되며 부유물이 위로 떠올라 걷어내기도 쉽습니다.
예외는 잡내를 뺄 때입니다. 돼지고기나 소뼈는 먼저 한 번 끓여 버리고(핏물 제거) 물을 갈아 다시 시작하는 편이 깔끔합니다.
거품은 초반에 걷는다
끓기 직전부터 회색 거품이 올라옵니다. 이것은 응고된 단백질과 핏물로, 10~15분 사이에 부지런히 걷어내야 합니다. 이 시점을 놓치면 거품이 다시 국물로 흩어져 탁해집니다.
재료별 시간
시간을 더 들이면 항상 더 맛있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재료마다 우려낼 것이 다 나오는 시점이 있고, 그 뒤로는 오히려 나빠집니다.
- 해조류·다시마: 20분 이내, 절대 끓이지 않습니다. 끓이면 미끈한 물질과 쓴맛이 나옵니다. 미역국, 미소국.
- 가다랑어포: 1~2분. 넣고 불을 끄고 가라앉으면 걸러냅니다.
- 채소: 30~45분. 더 끓이면 단맛이 무너지고 흙 맛이 납니다.
- 닭: 1~2시간. 삼계탕은 이보다 짧게, 살이 부서지기 직전에 멈춥니다.
- 소·돼지 뼈: 4시간 이상.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바뀌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포의 국물이 그 예입니다.
- 생선 뼈: 20~30분. 더 끓이면 비린맛과 쓴맛이 나옵니다. 로히케이토처럼 연어를 쓰는 수프는 특히 짧게.
소금은 넣지 않는다
육수는 완성된 음식이 아니라 재료입니다. 나중에 졸이거나 다른 국물과 섞으면 짠맛이 배가 됩니다. 간은 그 육수를 쓰는 요리에서 맞추세요.
보관
식힌 뒤 표면에 굳은 기름을 걷어내면 냉장 4~5일, 냉동 3개월입니다. 얼음 트레이에 얼려 두면 볶음 요리에 한두 조각씩 쓰기 좋습니다. 굳은 기름층은 버리지 말고 볶음용 기름으로 쓰세요 — 특히 닭기름은 훌륭합니다.
육수 없이 감칠맛을 만드는 법
육수를 낼 시간이 없을 때 쓸 수 있는 것들: 말린 표고 우린 물, 다시마 냉침(찬물에 담가 하룻밤), 간장·된장·어간장, 토마토 페이스트를 볶아 넣기, 파르미지아노 껍질. 원리는 같습니다 — 글루탐산과 이노신산을 더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