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고르기
강력분·중력분·박력분의 차이는 단백질 함량 하나입니다. 그 숫자가 무엇을 정하는지, 그리고 밀전분처럼 밀가루가 아닌 것까지.
차이는 단백질 하나다
밀가루 봉지의 이름은 용도가 아니라 단백질 함량을 가리킵니다.
- 강력분: 12~14%. 밀 품종이 다릅니다(경질밀).
- 중력분: 10~11%. 한국에서 그냥 "밀가루"로 파는 것.
- 박력분: 7~9%. 연질밀.
단백질(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 물과 만나 반죽되면 글루텐 그물이 됩니다(반죽과 글루텐). 단백질이 많으면 그물이 촘촘하고 질기게, 적으면 느슨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집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 다른 마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어디에 쓰이는가
- 강력분: 부풀어야 하고 씹는 맛이 필요한 것. 빵, 프레첼, 피자 도우. 크로아상은 층을 버텨야 하니 강력분과 중력분을 섞습니다.
- 중력분: 대부분의 국수와 만두피, 부침. 칼국수의 쫄깃함과 만두 피의 늘어나는 정도가 이 범위입니다.
- 박력분: 부서지는 것. 케이크, 쿠키, 그리고 튀김옷. 템푸라가 바삭한 이유의 절반은 박력분이고 나머지 절반은 찬물입니다 — 둘 다 글루텐이 자라는 것을 막는 조건입니다(튀김의 원리).
바꿔 쓰면 방향이 정해져 있습니다. 케이크를 강력분으로 만들면 질기고 단단해지고, 빵을 박력분으로 만들면 부풀다가 주저앉습니다.
없을 때 흉내내는 방법
- 박력분 대신: 중력분 100g에서 15g을 덜어내고 그 자리에 전분 15g을 넣습니다. 전분에는 단백질이 없으니 전체 단백질 비율이 내려갑니다.
- 강력분 대신: 중력분에 밀글루텐(활성 글루텐) 가루를 5% 정도 섞으면 근사해집니다. 없으면 그냥 중력분으로 만들고 반죽 시간을 늘리는 편이 낫습니다.
- 중력분 대신: 강력분과 박력분을 반씩 섞습니다.
브라우니처럼 원래 밀가루가 조금만 들어가는 것은 어느 밀가루든 결과 차이가 작습니다. 밀가루가 구조의 전부인 빵일수록 차이가 커집니다.
"00"은 단백질 등급이 아니다
이탈리아의 00, 0, 1, 2는 제분 고운 정도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00은 가장 곱게 갈린 것이고, 단백질 함량은 별개로 표시됩니다. 00 밀가루 중에는 피자용 강력에 가까운 것도 있고 파스타용도 있습니다. "00이면 부드럽다"는 오해입니다.
세몰리나와 듀럼은 아예 다른 밀(경질 듀럼밀)을 굵게 간 것입니다. 물을 천천히 먹고 씹는 저항이 커서 건파스타에 씁니다. 밀가루 대신 넣으면 다른 음식이 됩니다.
밀가루가 아닌 것들
밀가루 옆에 놓여 있지만 성격이 전혀 다른 것들이 있습니다.
- 밀전분(澄麵)은 밀가루를 물에 빨아 글루텐을 걷어낸 뒤 남은 순수 전분입니다. 단백질이 없으니 익어도 흰 불투명함이 생기지 않고 맑아집니다. 하가우의 투명한 피가 이것이고, 밀가루로는 아무리 얇게 밀어도 되지 않습니다.
- 전분류(감자·옥수수·타피오카)는 농도용이지 구조용이 아닙니다(농도 잡는 법).
- 강력분에 이스트가 섞인 것, 베이킹파우더가 든 셀프라이징은 봉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낭패입니다.
보관
밀가루는 지방이 적어 오래 가지만 통밀은 다릅니다. 밀기울의 기름이 산화되어 몇 달이면 쉰내가 납니다. 통밀은 냉장이나 냉동이 맞습니다(냉동과 해동).
흰 밀가루도 냄새를 잘 흡수하니 밀폐해서 보관하세요. 쓴맛이나 쉰 냄새가 나면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