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Kolforn · CC BY-SA 4.0
크럼펫
이스트로 발효시킨 묽은 반죽을 쇠링 안에 부어 한 면만 굽는 잉글랜드의 빵. 링이 이 빵의 전부다. 옆으로 퍼지지 못한 반죽이 두껍게 선 채로 익으니, 기포가 표면에서 터지고 마는 대신 바닥부터 윗면까지 관통하는 통로를 남긴다. 그래서 위에 녹인 버터를 부으면 접시가 아니라 빵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한 번에 다 굽지 않는다 — 번철에서 내려온 크럼펫은 아직 끝이 아니고, 불을 만난 적 없는 윗면을 먹는 사람이 토스터에서 마저 굽는다.
재료
조리 단계
- ⏲ 5분
밀가루·이스트·설탕·소금을 볼에 섞고, 데운 우유와 미지근한 물을 부어 거품기로 친다. 반죽이 아니라 되직한 반죽물이다 — 숟가락에서 끊기지 않고 흐르되 천천히 흘러야 한다.
- ⏲ 60분
덮어서 따뜻한 곳에 1시간 둔다. 표면 전체가 거품으로 덮이고, 볼을 흔들면 반죽이 출렁이며 꺼진다. 이 단계가 맛과 부피의 대부분을 만든다.
- ⏲ 15분
베이킹소다를 따뜻한 물 2큰술에 풀어 반죽에 넣고 몇 번만 저어 섞는다. 그리고 15분 더 둔다. 이스트가 만든 구조 위에 마지막으로 가스를 한 번 더 얹는 단계다.
- ⏲ 5분
두꺼운 팬을 약중불로 달구고, 팬과 링 안쪽에 기름을 얇게 바른 뒤 링을 팬에 올려 함께 데운다. 링이 차가우면 그 자리만 반죽이 붙는다.
- ⏲ 2분
링 높이의 절반 정도만 반죽을 붓는다. 넉넉히 부으면 넘치는 것이 아니라 구멍이 윗면까지 닿지 못한다.
- ⏲ 9분
뒤집지 않고 그대로 8~10분 굽는다. 3분쯤부터 구멍이 올라오기 시작해 윗면 전체로 퍼진다. 윗면이 더 이상 젖어 보이지 않고 마른 듯해지면 다 된 것이다.
- ⏲ 2분
링을 집게로 빼낸다. 옆면이 붙어 있으면 링 안쪽을 칼끝으로 한 바퀴 훑는다. 윗면은 창백한 채로 둔다 — 여기서 색을 내려고 뒤집으면 구멍이 막힌다.
- ⏲ 30분
식힘망에 올려 완전히 식힌다. 뜨거울 때 쌓으면 서로 붙고 구멍이 눌린다. 여기까지가 만드는 사람의 몫이다.
- ⏲ 3분
먹을 때 창백한 윗면이 위로 가게 토스터나 마른 팬에 넣어 갈색이 날 때까지 굽고, 녹인 버터를 붓는다. 버터는 구멍을 타고 아래까지 내려간다.
팁과 변형
변형
- 피켈릿(pikelet): 링 없이 같은 반죽을 팬에 그냥 붓는 것. 중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흔하고, 이 요리에서 링이 무엇을 하는지 보여 주는 대조군이다 — 퍼져서 얇아지니 구멍이 깊지 않고 가장자리가 제멋대로다. 같은 반죽, 다른 빵이다.
- 스코틀랜드 크럼펫: 이름만 같고 전혀 다르다. 얇게 부쳐 돌돌 마는 팬케이크에 가깝고, 구멍도 링도 없다.
- 잉글리시 머핀과: 반죽물이 아니라 반죽이고, 링 안에서 발효시켜 양면을 굽고, 먹을 때 가로로 가른다. 크럼펫은 가르지 않는다 — 가를 속이 없고, 구멍이 그 일을 대신한다.
- 통밀로: 밀가루의 3할까지 바꿀 수 있다. 그 이상이면 반죽물이 무거워져 기포가 끝까지 올라오지 못한다 (밀가루 고르기).
- 묵힌 반죽: 1시간 대신 냉장고에서 하룻밤 발효시키면 신맛이 돌고 향이 깊어진다. 베이킹소다는 다음 날 구울 때 넣는다.
- 올리는 것: 버터와 잼이 기본이고, 꿀·마마이트·치즈를 녹여 얹기도 한다. 구멍이 국물을 받는 빵이라는 점에서 인제라와 같은 발상인데, 이쪽 구멍이 받는 것은 스튜가 아니라 녹은 버터다.
꿀팁
- 구멍이 표면의 자국이 아니라 바닥까지 뚫린 통로라는 것이 이 빵의 전부다. 인제라가 한 면만 굽는 이유를 이렇게 쓴다 — "윗면이 판에 닿지 않으니 반죽 속에서 올라온 기포가 표면에서 터진 채로 굳고, 그 벌집 같은 구멍이 남습니다" 맞는 말이고, 그쪽 빵은 얇다. 표면에서 터진 기포는 표면에 자국을 남기고 끝난다. 크럼펫은 링이 옆을 막아 반죽이 퍼지지 못하니 2cm 높이로 선 채로 익고, 그 두께를 기포가 아래에서 위까지 뚫고 올라간다. 그래서 윗면의 구멍 하나하나가 바닥까지 이어진 관이고, 버터가 접시가 아니라 빵 속으로 들어간다.
- 팬케이크가 뒤집으라는 신호로 읽는 것을 여기서는 결과로 남긴다. 그 페이지는 이렇게 적는다 — "표면에 기포가 터진 자국이 남는다는 것은 아래쪽 반죽이 이미 굳어 기포가 위로 빠져나갈 길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팬케이크에서 그 자국은 다음 동작의 신호이고, 뒤집는 순간 없어진다. 크럼펫에서 그 자국은 제품이다. 같은 현상을 두고 하나는 시계로 쓰고 하나는 목적으로 쓴다.
- 이스트와 베이킹소다를 둘 다 쓴다. 묽은 반죽을 부풀리는 길은 둘인데, 대개 둘 중 하나만 쓴다 — 블리니는 인제라가 적었듯 "그쪽도 발효시킨 묽은 반죽이지만 상업용 이스트를 넣어 두 시간"이고, 팬케이크는 "시판 베이킹파우더에는 산이 두 종류 들어 있어서 한 번은 물을 만나는 순간, 한 번은 팬의 열을 받는 순간 반응합니다" 크럼펫은 양쪽을 순서대로 쓴다. 이스트가 한 시간 동안 맛과 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 베이킹소다를 굽기 직전에 얹어 반죽이 링에 들어가는 바로 그 순간 가스를 한 번 더 낸다. ko.wikipedia도 잉글랜드 제빵사들이 크럼펫 특유의 구멍을 내려고 베이킹파우더를 더하기 시작했다고 적는다 — 부풀리려고 들어간 재료가 아니라 구멍을 뚫으려고 들어간 재료다. 여기서 베이킹파우더 대신 베이킹소다만 써도 되는 이유는 반죽이 이미 한 시간 발효해 산성이기 때문이다. 소다는 산을 만나야 가스를 내고, 그 산이 이미 반죽 안에 있다.
- 첫 번째 굽기는 끝이 아니다. 비스코티는 두 번 굽는 이유를 이렇게 정리한다 — "첫 번째로 이미 다 익었고, 두 번째는 자른 단면으로 수분을 내보내는 일만 합니다" 크럼펫은 그 문장이 뒤집힌 경우다. 첫 번째로 다 익지 않는다. 번철은 바닥과 옆면을 세우고 구멍을 뚫어 놓을 뿐이고, 색과 바삭함은 불을 만난 적 없는 윗면에 나중에 붙는다. 그래서 만드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조리를 나눠 갖는다.
- 약한 불, 긴 시간. 센 불에 올리면 인제라가 말하는 그 일이 먼저 일어난다 — "윗면이 뜨거운 판에 닿는 순간 표면이 막으로 굳어 기포가 갇힌다" 바닥이 먼저 굳어 버리면 기포는 갈 길을 잃고 반죽 속에 갇히고, 윗면은 젖은 채로 남는다. 8분이 길어 보여도 그게 맞다.
- 반죽물의 농도가 구멍을 정한다. 인제라의 "너무 묽으면 찢어지고 되면 구멍이 안 난다"는 여기서도 그대로인데 실패의 모양이 다르다. 묽으면 링 아래로 새고, 되면 기포가 윗면까지 올라오지 못해 표면이 매끈한 빵이 된다. 숟가락에서 끊기지 않고 천천히 흐르는 정도다.
- 링은 팬과 함께 데운다. 차가운 링에 뜨거운 반죽이 닿으면 그 접촉면에서만 반죽이 굳어 붙고, 빼낼 때 옆구리가 찢어진다.
- 절반만 붓는다. 가장 흔한 실패다. 가득 부으면 기포가 위까지 올라올 힘을 잃어 윗면이 막히고, 그러면 토스터에서 구워도 버터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 윗면에 색을 내려고 뒤집지 않는다. 창백한 것이 정상이다. 여기서 뒤집으면 열린 구멍이 눌려 막히고, 두 번째 굽기의 자리가 없어진다.
- 식혀서 보관한다. 뜨거울 때 쌓으면 서로 붙고 구멍이 눌린다. 밀봉해 이틀, 냉동하면 한 달 — 냉동한 것은 해동하지 말고 토스터에 그대로 넣는다 (냉동과 해동).
이 요리에 필요한 기본기
- 반죽과 글루텐같은 밀가루와 물이 만두피가 되고 부침개가 됩니다. 차이는 글루텐을 만들었는지 피했는지입니다. 치는 것과 쉬게 하는 것의 역할도 다릅니다.
- 불 조절과 팬 예열같은 재료가 팬 온도에 따라 전혀 다른 음식이 됩니다. 언제 기름을 넣는지, 소리로 온도를 읽는 법, 그리고 센 불이 필요 없는 요리들.
- 칼질의 기본칼을 어떻게 잡느냐가 썰기 속도보다 결과를 좌우합니다. 핀치 그립, 갈퀴 손, 그리고 재료 크기를 맞춰야 하는 이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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