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요리

크럼펫

이스트로 발효시킨 묽은 반죽을 쇠링 안에 부어 한 면만 굽는 잉글랜드의 빵. 링이 이 빵의 전부다. 옆으로 퍼지지 못한 반죽이 두껍게 선 채로 익으니, 기포가 표면에서 터지고 마는 대신 바닥부터 윗면까지 관통하는 통로를 남긴다. 그래서 위에 녹인 버터를 부으면 접시가 아니라 빵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한 번에 다 굽지 않는다 — 번철에서 내려온 크럼펫은 아직 끝이 아니고, 불을 만난 적 없는 윗면을 먹는 사람이 토스터에서 마저 굽는다.

카울

양목심과 뿌리채소를 두 시간 뭉근히 끓여 낸 웨일스의 국물 요리. 정작 이름값을 하는 리크는 마지막 몇 분에만 들어갑니다. 비늘줄기가 없는 파속 식물이라 양파 자리에 그대로 놓을 수 없기 때문이에요. 하룻밤 식혀 기름을 걷어 내고 다음 날 먹는 것이 본래의 방식입니다.

머시 피즈

밭에서 여물려 말린 마로우팻 완두콩을 베이킹소다를 푼 물에 하룻밤 불렸다가 헹궈 끓여, 껍질은 남은 채 속이 무너지게 만든 영국의 곁들임. 소다가 하는 일은 껍질을 녹이는 것이 아니라 세포와 세포를 붙여 두는 펙틴을 녹이는 것이라, 콩은 안에서부터 퍼집니다. 소다 없이 아무리 오래 끓여도 서걱거림이 남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서머 푸딩

묵은 흰 식빵으로 안을 두른 그릇에 여름 과일과 즙을 채워 눌러 두었다가 하룻밤 뒤 뒤집어 내는 영국의 디저트. 젤라틴도 달걀도 전분도 없고 빵을 굽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접시 위에 서는 이유는 즙을 머금고 부푼 빵이 눌리면서 조각들 사이의 이음매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굳히는 것이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는 대신, 하룻밤이 통째로 조리 시간입니다.

데블스 온 호스백

말린 과일을 베이컨으로 감싸 오븐에 굽는 영국의 전채입니다. 이 사이트에서 베이컨은 스물다섯 페이지에 나오는데 전부 기름과 감칠맛을 내는 재료이고, 무언가를 감싸는 데 쓰는 곳은 없습니다. 여기서는 베이컨이 껍질입니다. 그리고 껍질이 하는 일이 셋입니다 — 지방이 빠져나오면서 안쪽을 적셔 익히고, 소금기가 안으로 들어가고, 결정적으로 익으면서 줄어들어 속을 꽉 조입니다. 그래서 이음매를 아래로 두고 굽기만 하면 이쑤시개가 없어도 풀리지 않습니다.

스포티드 딕

영국의 찐 푸딩이고, 이 사이트에서 가장 녹는점이 높은 지방을 쓰는 유일한 요리입니다. 크로아상은 버터가 녹지 않게 차갑게 유지해야 하고 쇼트브레드는 굳은 버터가 곧 구조입니다. 수이트는 소의 콩팥 주변 지방이라 45~50°C에서야 녹기 시작하고 — 버터보다 15°C 이상 높습니다 — 그래서 두 시간 동안 100°C를 넘지 않는 찜통 속에서 반죽이 먼저 굳고 나중에야 녹아 빠져나갑니다. 그 자리에 남는 구멍이 이 푸딩의 가벼운 속입니다. 버터로 바꾸면 처음 몇 분에 녹아 무거워집니다.

쇼트브레드

스코틀랜드의 비스킷이고, 이름 자체가 성질인 과자입니다. 이 사이트는 쇼트크러스트를 네 페이지에서 쓰면서 "쇼트"가 무슨 뜻인지 한 번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답은 물입니다. 글루텐은 물이 있어야만 생기고, 이 반죽에는 물이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 버터와 설탕과 밀가루뿐입니다. 그래서 반죽할 글루텐이 애초에 없고, 결도 층도 생기지 않고, 구워 놓으면 부서집니다. 굳히는 것은 글루텐도 달걀도 아니라 다시 단단해진 버터라서, 뜨거울 때 자르고 팬 안에서 식힙니다.

스코치 에그

삶은 달걀을 소시지 고기로 싸서 빵가루를 입혀 튀긴 영국의 간식. 하나의 덩어리 안에 익힘 목표가 둘이라는 점이 이 요리의 전부입니다 — 고기는 70도까지 올라가야 하고 노른자는 68도를 넘으면 안 되는데, 둘 사이는 1cm뿐입니다. 동시에 맞출 수는 없으니 시간 차로 어긋냅니다: 달걀은 짧게 삶아 얼음물에서 멈추고, 감싼 뒤 차게 굳히고, 기름은 190도가 아니라 170도로 씁니다.

해기스

양의 내장을 다져 볶은 오트밀, 잘게 썬 양파, 쇠기름과 섞어 위장에 채우고 몇 시간 삶아 내는 스코틀랜드의 국민 요리. 순대나 소시지처럼 껍질에 채워 삶지만 목표는 정반대입니다. 순대는 피가, 바이스부르스트는 근육 단백질이 속을 하나로 붙여 자를 수 있게 만드는 반면, 해기스의 오트밀은 끝까지 알갱이로 남아 붙지 않도록 넣는 것입니다. 그래서 껍질을 가르면 덩어리가 아니라 숟가락으로 퍼먹는 부슬부슬한 것이 나옵니다.

바라 브리스

웨일스의 "얼룩이 빵". 말린 과일을 진한 홍차에 하룻밤 불려서 만드는데, 그 한 단계가 이 빵의 전부입니다. 마른 과일은 물을 빨아들이려는 성질이 강해서, 그대로 반죽에 넣으면 굽는 동안 주변 반죽에서 물을 빼앗아 갑니다. 결과는 퍽퍽한 크럼과 여전히 질긴 과일이죠. 미리 불려 넣으면 과일은 이미 배가 불러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남은 차까지 반죽에 그대로 부으니 그 물은 어디로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버터는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데 촉촉한 이유가 그것입니다.

콘월 패스티

소를 익히지 않고 생으로 넣어 페이스트리 안에서 익히는 잉글랜드 콘월의 반달 파이. 소고기와 감자, 스웨드, 양파를 얇게 썰어 넣되 국물은 한 방울도 넣지 않습니다. 생채소가 내놓는 물이 그대로 증기가 되어 안에서 고기를 익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기서 페이스트리는 소를 감싸는 껍질이 아니라 소를 익히는 그릇입니다.

파운드 케이크

버터·설탕·달걀·밀가루를 각각 1파운드씩, 같은 무게로 넣는다는 이름 그대로의 영국 케이크. 재료가 넷뿐이고 부풀리는 가루도 들어가지 않으니, 이 케이크가 부푸는 힘은 오직 버터와 설탕을 오래 저어 만든 공기 방울뿐입니다. 크리밍이라 부르는 그 과정이 이 반죽의 전부이고, 실패하는 파운드 케이크는 거의 예외 없이 그 단계에서 이미 결정되어 있습니다.

비프 웰링턴

소 안심을 겉만 구워 머스터드를 바르고, 수분을 완전히 날린 버섯 뒥셀과 프로슈토로 감싼 뒤 퍼프 페이스트리에 넣어 굽는 영국 요리. 실패는 거의 항상 한 가지 이유로 일어납니다 — 수분입니다. 버섯의 물을 끝까지 날리지 않거나, 뜨거운 고기를 그대로 반죽에 넣거나, 중간에 식히지 않으면 아래쪽 페이스트리가 젖어 익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레시피는 냉장 단계가 세 번 들어가고, 그 세 번이 요리의 절반입니다.

선데이 로스트

구운 고기에 로스트 포테이토, 요크셔 푸딩, 그레이비를 함께 내는 영국의 일요일 점심. 레시피 자체는 어렵지 않고 어려운 것은 시간표입니다 — 고기는 160°C를 원하고 푸딩과 감자는 220°C를 원하는데, 고기가 반드시 쉬어야 하는 20~30분이 정확히 그 고온 구간입니다.

이튼 메스

부순 머랭에 휘핑크림과 딸기를 살살 섞어 그릇에 담아내는 영국의 클래식 여름 디저트. 이름처럼 "엉망(mess)"으로 대충 섞는 게 매력 — 바삭한 머랭, 부드러운 크림, 상큼한 딸기가 한입에. 오븐도 기술도 필요 없어요.

치킨 티카 마살라

요구르트·향신료에 재운 닭을 노릇하게 구워, 토마토와 크림으로 만든 진한 마살라 소스에 버무린 커리. 영국에서 대중화된 인도풍 요리로, 은은한 향신료와 부드러운 소스가 밥·난과 환상 궁합이에요.

셰퍼드 파이

다진 고기와 채소를 진하게 볶은 필링 위에 부드러운 매시트포테이토를 덮어 노릇하게 구운 영국 대표 컴포트 요리. 한 그릇에 고기와 감자가 함께 담겨, 추운 날 온 가족이 나눠 먹기 좋은 오븐 요리예요.

스콘

밀가루·버터·우유로 빠르게 반죽해 구워내는 영국식 티타임 빵. 차가운 버터를 비벼 넣고 살짝만 섞는 게 결의 비결로, 잼과 클로티드 크림을 발라 따뜻할 때 즐겨요.

피시앤칩스

흰살생선을 차가운 맥주 반죽에 입혀 바삭하게 튀기고, 두툼한 감자튀김을 곁들인 영국의 국민 음식. 몰트식초와 타르타르소스, 완두콩 으깸을 더해 먹는 푸짐한 한 접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