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 케이크

사진: Douglas Paul Perkins · CC BY 3.0

파운드 케이크

버터·설탕·달걀·밀가루를 각각 1파운드씩, 같은 무게로 넣는다는 이름 그대로의 영국 케이크. 재료가 넷뿐이고 부풀리는 가루도 들어가지 않으니, 이 케이크가 부푸는 힘은 오직 버터와 설탕을 오래 저어 만든 공기 방울뿐입니다. 크리밍이라 부르는 그 과정이 이 반죽의 전부이고, 실패하는 파운드 케이크는 거의 예외 없이 그 단계에서 이미 결정되어 있습니다.

재료

8인분
  • 반죽 (23x13cm 파운드틀 1개)
  • 무염 버터 · 실온. 손가락이 쑥 들어가되 기름지지 않은 상태225 g
  • 설탕 · 입자가 굵을수록 공기를 잘 낸다225 g
  • 달걀 · 약 225g. 반드시 실온4
  • 박력분 · 체에 두 번 친다225 g
  • 소금0.5 작은술
  • 바닐라 익스트랙 · 선택1 작은술
  • 선택 — 요즘의 배합
  • 베이킹파우더 · 원래 배합에는 없다. 넣으면 실패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1 작은술
  • 우유 · 반죽이 되면 농도를 맞춘다2 큰술
  • 레몬 껍질 · 간 것. 버터 맛을 잡아 준다1 개분
  • 틀 준비
  • 버터 · 틀에 바를 것10 g
  • 밀가루 · 틀에 뿌릴 것1 큰술

조리 단계

  1. 버터와 달걀을 미리 꺼내 실온에 둔다. 이 준비가 레시피의 절반이다 — 찬 버터는 공기를 물지 못하고, 찬 달걀은 크리밍해 둔 버터를 다시 굳혀 반죽을 분리시킨다. 버터는 18~20도, 손가락으로 눌러 자국이 남되 기름이 배지 않는 상태가 좋다.

  2. 틀 안쪽에 버터를 얇게 바르고 밀가루를 뿌려 여분을 털어 낸다. 오븐은 170도로 예열한다. 파운드 케이크는 낮고 오래 굽는 케이크라, 예열이 덜 된 오븐에서는 겉이 익기 전에 반죽이 주저앉는다.

  3. 볼에 버터와 설탕을 넣고 핸드믹서 중속으로 8분 친다. 색이 흰 크림색으로 바뀌고 부피가 눈에 띄게 늘어야 한다. 중간에 두어 번 볼 옆면을 긁어 내린다.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케이크가 낮아진다 — 이것이 이 반죽의 유일한 팽창원이다.

    ⏲ 8분
  4. 달걀을 하나씩 넣는다. 한 개를 완전히 흡수시킨 뒤 다음 것을 넣는다. 한꺼번에 부으면 유화가 깨져 반죽이 순두부처럼 몽글몽글해지고, 그렇게 되면 잡아 둔 공기가 빠져나간다. 갈라지려 하면 밀가루를 한 술 먼저 넣어 붙잡는다.

  5. 체 친 밀가루와 소금(쓴다면 베이킹파우더도)을 두세 번에 나눠 넣고 주걱으로 자르듯 섞는다. 믹서를 다시 돌리지 않는다. 여기서 글루텐이 생기면 케이크가 아니라 질긴 빵이 된다. 밀가루가 보이지 않으면 그 즉시 멈춘다.

  6. 반죽을 틀에 붓고 표면을 고른 뒤, 가운데를 따라 주걱으로 얕은 골을 낸다. 이렇게 하면 갈라지는 자리가 가운데로 모여 파운드 케이크 특유의 등 갈라짐이 반듯하게 생긴다. 틀을 두 번 바닥에 쳐서 큰 기포를 뺀다.

  7. 170도에서 60분 굽는다. 30분쯤 지나 윗면이 충분히 색나면 호일을 덮는다. 가운데에 꼬치를 찔러 젖은 반죽이 묻어나지 않으면 다 된 것이다. 오븐 문을 초반 30분 동안 열지 않는다.

    ⏲ 60분
  8. 틀째로 10분 식힌 뒤 꺼내어 식힘망에서 완전히 식힌다. 뜨거울 때 자르면 속이 뭉개진다. 파운드 케이크는 다 식은 뒤 랩에 싸서 하루 두었을 때가 가장 맛있다.

    ⏲ 10분

팁과 변형

변형

  • 1파운드씩 그대로: 원래 이름대로 네 재료를 각 450g씩 쓰면 케이크가 두 배로 나온다. 지금 가정용 배합이 225g으로 줄어든 것은 그 양이 파운드틀 하나에 맞기 때문이지 비율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비율만 지키면 어느 크기로도 만들 수 있는 것이 이 케이크의 장점이다.
  • 마데이라 케이크: 레몬 껍질을 넣고 윗면에 설탕에 절인 시트론을 얹은 영국식 변형. 이름은 마데이라 와인과 함께 냈던 데서 왔고 케이크 자체에 와인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 카트르 카르(quatre-quarts): 프랑스식 이름으로, "사분의 사"라는 뜻이다. 네 재료를 4분의 1씩 넣는다는 말이니 같은 케이크다. 브르타뉴에서는 소금 넣은 버터를 쓴다.
  • 번트 케이크: 미국에서는 이 반죽을 사워크림이나 크림치즈로 눅눅하게 만들고 무늬 있는 번트틀에 굽는다. 굽는 시간이 길어지므로 온도를 10도쯤 낮춘다.
  • 향을 넣을 때: 레몬 껍질, 얼그레이 잎, 말차, 럼에 절인 건과일, 아몬드 가루가 흔하다. 가루로 된 것은 밀가루 무게에서 그만큼 빼고, 젖은 것(건과일)은 밀가루를 조금 묻혀 넣어야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는다.
  • 바나나 브레드와 무엇이 다른가: 겉모습은 같은 로프지만 만드는 법이 정반대다. 바나나 브레드는 녹인 버터에 가루를 대충 섞는 머핀법이고 베이킹소다로 부풀린다. 파운드 케이크는 고체 버터를 오래 저어 공기를 넣고, 그 공기로만 부푼다.
  • 같은 크리밍법으로 만드는 것들: 초콜릿 칩 쿠키의 첫 단계가 같은 작업이고, 자허토르테바브카, 곰보빵의 비스킷 반죽도 마찬가지다. 스콘은 정반대로 버터를 차게 유지하고, 브라우니는 아예 버터를 녹여 시작한다 — 그 조직이 열리지 않는 이유다.
  • 곁들임: 딸기와 생크림, 또는 구워서 아이스크림과. 영국에서는 홍차와 함께 그냥 잘라 먹는 것이 기본이고, 이튼 메스의 머랭 자리에 이 케이크를 부숴 넣기도 한다.

꿀팁

  • 크리밍은 시간이 아니라 상태로 판단한다. 8분은 기준일 뿐이고, 볼 안의 것이 노란 버터색을 잃고 흰 크림색이 되며 부피가 눈에 띄게 커진 순간이 끝이다. 설탕 결정이 버터를 긁어 미세한 공기 구멍을 뚫는 물리적 과정이라, 덜 하면 그 구멍 수만큼 케이크가 낮게 나온다.
  • 그래서 설탕은 곱게 간 것보다 굵은 것이 낫다. 슈가파우더는 결정이 없어 버터를 긁지 못한다. 이 반죽에 한해서는 굵은 설탕이 도구다 (설탕이 하는 일).
  • 버터 온도가 18~20도를 벗어나면 거의 실패한다. 차면 공기를 못 물고, 녹기 시작하면 물었던 공기가 그대로 빠진다. 전자레인지로 녹이는 것은 최악이다 (버터).
  • 달걀은 하나씩, 완전히 흡수될 때까지. 버터 반죽에 달걀을 넣는 것은 물을 기름에 섞는 유화 작업이다. 한꺼번에 부으면 감당 못 하고 갈라지며, 갈라진 반죽은 공기를 잃는다 (소스가 분리되는 이유, 달걀 다루기).
  • 갈라졌으면 밀가루 한 술로 되돌린다. 전분이 남는 수분을 붙잡아 준다.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
  • 밀가루는 주걱으로만. 글루텐이 생기면 조직이 질겨지고 위로 솟다가 가운데가 꺼진다. 단백질이 낮은 박력분을 쓰고, 두 번 체 쳐서 뭉침을 없앤다 (밀가루 고르기, 반죽과 글루텐, 밀가루).
  • 등이 갈라지는 것은 결함이 아니다. 겉이 먼저 굳은 뒤에도 속이 계속 부풀어 껍질을 밀어 올리기 때문에 생긴다. 가운데에 미리 골을 내 두면 그 자리로 모여 반듯하게 갈라진다.
  • 온도는 낮게, 시간은 길게. 190도에서 구우면 겉만 타고 속은 익지 않은 채 가운데가 주저앉는다. 170도, 한 시간이 기준이고 오븐이 세면 160도까지 내린다 (오븐의 실제 온도).
  • 초반 30분간 오븐 문을 열지 않는다. 아직 구조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찬 공기가 들어오면 그대로 꺼진다. 색을 확인할 때는 30분이 지난 뒤에 열고, 그때 호일을 덮는다.
  • 원래 배합에는 베이킹파우더가 없다. 18세기의 이 케이크는 크리밍만으로 부풀렸고, 그래서 묵직하고 촘촘하다. 요즘 배합의 1작은술은 그 실패 확률을 낮추려는 보험이다. 어느 쪽이 옳은 것이 아니라, 넣으면 가볍고 안 넣으면 원형에 가깝다.
  • 꼬치보다 온도계가 정확하다. 속 온도 96~98도면 다 익은 것이다. 꼬치는 갈라진 틈에 찌르면 덜 익은 부분을 지나치기 쉬우니 가운데 가장 두꺼운 곳에 찌른다.
  • 하루 두었다 먹는다. 다 식은 뒤 랩에 싸 두면 버터가 다시 굳으면서 수분이 골고루 퍼져 촉촉해진다. 갓 구운 것보다 이튿날이 낫고, 실온에서 사나흘, 냉동하면 한 달 간다 (냉동과 해동, 남은 음식 되살리기).
  • 차게 먹지 않는다. 버터가 굳어 혀에서 녹지 않으면 맛이 절반은 사라진다. 냉장고에서 꺼냈다면 30분은 두었다가 낸다 (내는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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