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란치니
사프란을 넣어 지은 밥을 라구와 모차렐라를 감싸 빚고 빵가루를 입혀 튀긴 시칠리아의 길거리 음식. 이 요리의 성패는 밥이 얼마나 차가운가에 달려 있습니다. 밥은 식으면서 전분이 다시 엉기는데, 그 힘이 밥알끼리 붙잡아 주어야 공이 기름 속에서 풀어지지 않습니다. 갓 지은 따뜻한 밥으로는 아무리 꽉 쥐어도 만들 수 없습니다.
재료
조리 단계
- ⏲ 18분
쌀을 냄비에 넣고 우린 사프란과 소금, 물을 부어 뚜껑을 덮고 물이 다 흡수될 때까지 18분 익힌다. 리조또처럼 저어 가며 만들 필요는 없다 — 여기서는 크리미함이 아니라 밥알의 결합이 목적이다.
- ⏲ 240분
불을 끄고 버터와 파르미지아노를 섞은 뒤 넓은 쟁반에 얇게 펴서 완전히 식힌다. 한 김 식히는 정도가 아니라 냉장고에서 최소 4시간, 하룻밤이면 더 좋다. 이 단계가 이 요리의 전부다.
- ⏲ 30분
라구를 만든다. 올리브유에 양파를 볶다가 다진 고기를 넣어 갈색이 날 때까지 볶고, 와인을 부어 날린 뒤 토마토페이스트와 물 100ml를 넣어 30분 졸인다. 완두콩을 넣고 식힌다. 소는 되직해야 한다 — 국물이 남아 있으면 튀길 때 안에서 끓어 공을 터뜨린다.
손에 물을 묻히고 식은 밥을 80g씩 떼어 손바닥에 평평하게 편 뒤 가운데를 눌러 오목하게 만든다.
라구 한 큰술과 모차렐라 한 조각을 넣고 밥을 오므려 이음매 없이 완전히 감싼다. 틈이 하나라도 남으면 그 자리로 치즈가 흘러나와 기름이 튄다 (빚고 봉하기).
모양을 잡는다. 팔레르모식은 공, 카타니아식은 에트나 화산을 닮은 원뿔이다. 어느 쪽이든 표면이 매끄러워야 튀길 때 갈라지지 않는다.
밀가루와 물을 덩어리 없이 섞어 묽은 풀 같은 파스텔라를 만든다. 시칠리아에서는 달걀옷이 아니라 이것을 쓴다 — 달걀보다 얇게 입혀져 더 바삭하고 기름을 덜 먹는다. 파스텔라에 굴린 뒤 빵가루를 꾹 눌러 가며 두툼하게 입힌다.
- ⏲ 30분
입힌 것을 쟁반에 올려 냉장 30분. 옷이 자리를 잡아 기름 속에서 벗겨지지 않는다.
- ⏲ 5분 30초
기름을 175°C로 데우고 한 번에 두세 개씩 5~6분 튀긴다. 진한 갈색이 되면 건진다. 많이 넣으면 온도가 떨어져 옷이 기름을 먹는다 (튀김의 원리).
- ⏲ 5분
체에 올려 5분 쉬게 둔다. 갓 튀긴 것을 바로 깨물면 안의 치즈가 입천장을 데게 할 만큼 뜨겁다 (내는 온도).
팁과 변형
변형
- 아란치나냐 아란치노냐 — 시칠리아에서 이것은 진짜 논쟁이다: 팔레르모를 비롯한 서부에서는 여성명사 아란치나(복수 arancine)라 부르고 공 모양으로 빚는다. 카타니아를 비롯한 동부에서는 남성명사 아란치노(복수 arancini)라 부르고 원뿔로 빚는데, 에트나 화산을 닮았다고들 한다. 이름은 오렌지를 뜻하는 arancia에서 왔고, 튀긴 색과 모양이 작은 오렌지 같아 붙었다. 이 페이지는 세계에 더 알려진 아란치니 쪽을 제목으로 삼았을 뿐이다.
- 속: 라구가 표준(알 라구)이고, 버터·햄·베샤멜을 넣은 알 부로, 시금치, 가지, 피스타치오 버전도 흔하다. 카타니아에서는 12월 13일 성 루치아 축일에 특히 많이 먹는다.
- 남은 리조또로: 정통은 사프란 밥이지만, 남은 리조또로 만드는 것이 오늘날 가장 흔한 방식이고 결과도 좋다. 다만 하룻밤 차게 둔 리조또여야 한다 — 갓 만든 리조또는 절대 뭉쳐지지 않는다.
- 스팸 무스비와 정반대: 저쪽은 밥을 뜨거울 때 눌러야 한다 — 전분이 아직 노화되지 않아 밥알이 서로 눌려 붙기 때문이다. 이쪽은 노화된 뒤에야 뭉쳐진다. 같은 현상을 두고 한쪽은 그 전에, 한쪽은 그 후에 작업하는 셈이다.
- 래밍턴과: 굳은 것이 결점이 아니라 요구 조건인 세 번째 요리다.
- 돈까스·멘치카츠와 — 튀김옷이 다르다: 저 둘은 밀가루 → 달걀 → 빵가루의 3단 옷이고, 시칠리아는 밀가루와 물을 갠 파스텔라를 쓴다. 달걀옷보다 얇게 붙어 더 바삭하고, 달걀이 없으니 옷 자체의 맛도 옅다.
꿀팁
- 밥은 반드시 차가워야 한다. 이 요리에서 실패하는 유일한 이유다. 미지근한 밥으로 빚으면 손에서는 모양이 잡혀도 기름에 들어가는 순간 풀어진다. 넓게 펴서 냉장고에 넣고, 시간이 없으면 냉동실에 30분.
- 왜 차가워야 하는가. 밥이 식으면 전분이 다시 규칙적으로 엉기면서(노화) 밥알 표면이 끈적해지고 서로를 붙잡는다. 갓 지은 밥의 전분은 아직 풀어져 있어 그 결합이 없다. 굳은 밥이 뭉쳐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 요리의 재료다.
- 찰기 있는 쌀을 쓴다. 아르보리오나 카르나롤리처럼 전분이 많은 단립종이라야 한다. 장립종은 아무리 식혀도 붙지 않는다.
- 소는 되직하게 졸인다. 국물이 남은 라구를 넣으면 튀기는 동안 안에서 끓어 압력이 생기고, 가장 약한 자리로 터져 나온다. 숟가락으로 떴을 때 흐르지 않아야 한다.
- 이음매를 없앤다. 손에 물을 묻히고 표면을 문질러 매끄럽게 만든다. 갈라진 자리가 곧 터질 자리다.
- 파스텔라를 써 본다. 밀가루와 물만 섞은 묽은 반죽이다. 달걀옷보다 얇아 빵가루가 고르게 붙고, 튀겼을 때 옷이 두껍게 뜨지 않는다.
- 입힌 뒤 30분 냉장한다. 빵가루가 자리를 잡아 기름 속에서 벗겨지지 않고, 공 자체도 더 단단해져 모양이 유지된다.
- 175°C, 조금씩. 너무 뜨거우면 겉만 타고 속의 치즈가 녹지 않는다. 너무 낮으면 옷이 기름을 먹는다. 한 번에 두세 개씩만 넣어 온도를 지킨다.
- 5분 쉬게 둔다. 속의 모차렐라는 튀긴 직후 100°C에 가깝다. 겉의 바삭함은 그 5분 동안 오히려 좋아진다.
- 남은 것은 오븐으로 데운다. 180°C에서 10분이면 다시 바삭해진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옷이 눅어 완전히 다른 음식이 된다.
이 요리에 필요한 기본기
- 밥 짓기의 기본쌀을 어디까지 씻는지, 물을 얼마나 잡는지, 그리고 뜸을 들이는 10분이 밥의 질감을 결정합니다. 볶음밥용 밥과 리조또용 쌀은 규칙이 반대입니다.
- 남은 음식 되살리기전자레인지가 모든 음식에 맞는 도구는 아닙니다. 무엇이 상했는지 — 수분인지 바삭함인지 전분인지 — 에 따라 되살리는 방법이 완전히 다릅니다.
- 튀김의 원리튀김은 기름으로 익히는 게 아니라 재료의 수분을 기름과 바꾸는 과정입니다. 온도 두 개, 튀김옷이 저마다 하는 일, 그리고 두 번 튀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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