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육전
얇게 썬 쇠고기에 밀가루와 달걀옷만 입혀 팬에 부친 전. 돈까스나 슈니첼의 밀가루·달걀·빵가루 옷에서 빵가루를 빼고 달걀에서 멈춘 셈이라, 달걀이 곧 겉면이 된다. 그래서 불은 고기가 아니라 달걀에 맞추고, 고기는 팬에 직접 닿지 않은 채 달걀옷 안에서 익는다.

연근정과
얇게 썬 연근을 묽은 설탕물에 넣고 약한 불에서 한 시간 넘게 졸여, 속까지 투명하고 쫀득하게 만든 한과. 진한 시럽에 한 번에 담그지 않고 묽게 시작해 물이 날아가는 만큼만 달게 만드는 것이 방법의 전부다. 설탕 분자는 크고 느려서, 연근 속의 물과 자리를 바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팥빙수
곱게 간 얼음 위에 달게 삶은 통팥을 얹는 한국의 여름 디저트. 요즘의 팥빙수는 물이 아니라 우유와 연유를 얼려 갈기 때문에, 얼음이 사각거리는 알갱이가 아니라 눈처럼 부드러운 결로 쌓인다. 그 차이는 칼날이 아니라 얼음에서 나온다. 설탕이 물의 어는점을 낮춰 덩어리를 무르게 두기 때문이다. 팥은 다 무른 뒤에야 설탕을 넣고, 먹을 때는 섞어서 바로 먹는다.

꼬막찜
삶은 꼬막의 윗껍데기를 떼어 내고 간장 양념을 한 숟갈씩 얹는 반찬. 벌교가 이름난 산지다. 이 요리의 요령은 하나다 — 조개는 보통 입이 벌어지면 익은 것이지만, 꼬막은 냄비 안에서 입을 벌리게 두지 않는다. 처음 몇 개가 벌어지는 순간 전부 건져 나머지는 손으로 까고, 붉은 즙을 껍데기 안에 그대로 남긴 채 먹는다.

화전
찹쌀 익반죽을 동그랗고 납작하게 빚어 약한 불에 지지고, 익은 쪽에 진달래 꽃잎을 붙여 내는 봄의 떡. 꽃이 재료인 음식이라 꽃부터 제대로 골라야 한다. 먹는 것은 진달래이고 비슷하게 생긴 철쭉은 먹지 않으며, 꽃술은 떼고 꽃잎만 쓴다.

대통밥
생대나무를 마디째 잘라 만든 통에 불린 잡곡을 안치고 한지로 덮어 쪄 내는 전라남도 담양의 밥. 죽통밥이라고도 합니다. 여기서 대통은 밥을 담는 그릇이면서 향과 물을 내주는 재료이고, 한 번 쓰면 끝입니다. 통이 막혀 있으니 김은 쌀에 닿지 않고 대나무 벽을 통해 열만 들어오며, 증발하는 물이 없어서 냄비로 지을 때보다 물을 적게 잡습니다.

미역국
참기름에 볶은 미역과 소고기를 푹 끓여 뽀얗고 진하게 우려낸 한국의 대표 국. 생일과 산후조리에 빠지지 않는, 부드럽고 속이 편안해지는 따뜻한 한 그릇.

떡볶이
쫄깃한 떡을 고추장 양념에 달콤매콤하게 끓여낸 대표 분식. 어묵·삶은 달걀과 함께 즐기는 국민 간식이에요.

순두부찌개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에 부드러운 순두부를 큼직하게 떠 넣고 고추기름으로 칼칼하게 끓여낸 한국식 찌개. 마지막에 계란을 톡 깨뜨려 뜨거운 밥과 함께 먹는 든든한 한 그릇.

두부조림
두부를 노릇하게 지진 뒤 매콤달콤한 간장양념에 조린 한국의 대표 밑반찬. 흔한 재료로 한 팬에 20분이면 완성되고, 자작한 양념을 밥에 비벼 먹어도 맛있어요.

울외장아찌
소금에 절여 물을 뺀 울외를 술지게미에 파묻어 몇 달을 두는 군산의 장아찌. 이 사이트의 술 가이드는 술을 넣는 순간을 넷으로 나누는데 넷 다 불이 들어갑니다. 이 장아찌는 어느 단계에서도 열을 받지 않아서, 술지게미에 남은 8퍼센트쯤의 알코올이 고스란히 남아 소금과 함께 방부제 노릇을 합니다. 그리고 술지게미에는 누룩곰팡이가 만들어 둔 효소가 아직 살아 있어서, 발효가 아니라 남의 효소가 이 오이를 삭힙니다.

증편
멥쌀가루에 막걸리를 넣어 발효시켜 찌는 여름 떡이고, 이 사이트에서 유일하게 부풀어 오르는 떡입니다. 발효의 기초는 발효를 산이 떨어지는 일로 설명하는데 — 유산균이 당을 산으로 바꾸고 산이 상하는 것을 막는다 — 증편에서는 그 산이 부산물이고, 목적은 효모가 내놓는 이산화탄소입니다. 그리고 그 가스가 갇히려면 반죽이 아니라 부을 수 있는 묽은 반죽이어야 합니다. 쌀가루에는 글루텐이 없어 가스를 붙잡아 줄 그물이 없고, 대신 익으면서 굳는 전분이 기포를 그 자리에 가둡니다. 그래서 이 떡만 치대지 않고 부어서 만듭니다.

닭한마리
1960년대 서울 동대문에서 시작된 닭 요리이고, 이 사이트의 다른 닭 국물과 정반대로 만들어집니다. 삼계탕은 찹쌀과 인삼과 마늘을 배 속에 채워 국물에 모든 것을 넣고, 설렁탕과 갈비탕도 국물에서 맛을 완성합니다. 닭한마리의 냄비에는 닭과 물과 마늘 몇 쪽뿐이고, 간은 아예 하지 않습니다. 맛은 전부 각자 앞의 종지에서 만들어지고, 그 종지의 주인공은 겨자입니다. 겨자의 매운맛은 이 사이트의 고추 가이드가 캡사이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하나하나 뒤집습니다 — 물이 있어야 생기고, 휘발하고, 가열하면 사라집니다.

오징어순대
돼지 창자 대신 오징어 몸통에 소를 채워 찐 강원도 속초의 향토음식. 이 사이트에서 소를 채우는 요리는 셋이 더 있고, 그 셋의 껍질은 모두 가만히 있는 주머니입니다. 오징어 몸통은 다릅니다 — 열을 받으면 근육이 세게 수축해 길이가 3분의 1까지 줄어듭니다. 그래서 껍질이 소를 밀어냅니다. 가득 채우지 않고, 입구를 꿰매고, 구멍을 내고, 낮은 불에서 잠깐만 찌는 규칙이 전부 여기서 나옵니다.

다식
차와 함께 내는 한국의 한과. 물도 열도 쓰지 않는 유일한 과자여서, 굳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가 전부입니다. 백설기는 체에 내린 쌀가루를 틀에 담아 김으로 전분을 호화시켜 입자끼리 붙입니다. 다식은 그 김이 없으므로 붙이는 것이 꿀 하나이고, 나머지는 다식판에 눌러 넣는 압력입니다. 그래서 가루를 미리 볶아 두어야 하고, 아주 곱게 쳐야 하며, 꿀의 양에 여유가 거의 없습니다.

장조림
냉장고에서 몇 주를 버티는 한국의 밑반찬. 요령은 순서 하나입니다 — 고기를 먼저 맹물에 삶아 완전히 부드럽게 만든 다음에야 간장을 넣습니다. 간장은 소금 덩어리여서 처음부터 넣으면 콜라겐이 풀리기 전에 근섬유가 조여 버리고, 두 시간을 끓여도 질깁니다. 다 익은 뒤에 찢어 간장을 먹이는 것이 이 반찬의 전부입니다.

곶감
떫은 감의 껍질을 벗겨 두어 달 매달아 말린 것. 놀라운 대목은 떫은맛이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씻겨 나가는 것이 아니라, 마르는 동안 탄닌이 서로 붙어 침 속 단백질을 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집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더하지 않았는데 원래 있던 당이 갑자기 단맛으로 읽힙니다. 표면에 앉는 흰 가루는 곰팡이가 아니라 배어 나온 당이 마르며 결정이 된 것입니다.

콩나물국밥
전주식 콩나물국밥의 요령은 재료가 아니라 밥을 데우는 방법에 있습니다. 토렴이라고 부르는데, 찬밥을 뚝배기에 담고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가 따라 내기를 대여섯 번 반복해 밥을 데웁니다. 국물에 밥을 넣고 끓이면 밥알이 물을 먹어 퍼지고 국물은 전분으로 탁해지는데, 토렴은 그 두 가지를 모두 피하면서 밥만 데웁니다. 뜨겁게 만들되 익히지는 않는 것이 목적입니다.

백설기
아기의 백일과 삼칠일에 올리는 흰 시루떡. 반죽이 없다는 점이 이 떡의 전부입니다. 치대지도 않고 뭉치지도 않습니다. 물을 먹인 쌀가루를 체에 두 번 내려 그대로 틀에 안치고 찌면, 증기가 전분을 그 자리에서 호화시켜 가루 알갱이들이 닿은 자리끼리 붙습니다. 송편은 끓는 물로 반죽을 치대고 다이후쿠는 쳐서 늘리는데, 백설기는 붙일 힘을 오직 증기에서 얻습니다. 그래서 체 치기는 멍울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물을 고르게 나누는 일입니다.

엿
설탕이 한 톨도 들어가지 않는 사탕. 단맛은 쌀에서 만들어 냅니다. 싹을 틔운 보리, 곧 엿기름에는 아밀라아제가 들어 있고, 이 효소가 쌀의 전분을 잘라 엿당으로 바꿉니다. 55~60도에서 여덟 시간을 붙들어 두면 뻑뻑하던 죽이 묽고 달아지고, 그것을 걸러 몇 시간 졸이면 조청이 되고 더 졸이면 굳는 엿이 됩니다. 이 사이트에는 이 당을 쓰는 페이지가 이미 둘 있는데, 어디서 오는 당인지는 아무도 적지 않았습니다.

홍어회
홍어를 삭혀 회로 썬 전라도 음식. 이 사이트의 다른 발효 음식은 전부 젖산균이 당을 먹고 산을 내어 산도를 떨어뜨려 상하는 균을 죽이는데, 홍어는 정확히 반대로 갑니다. 홍어와 가오리 같은 연골어류는 몸속 삼투압을 맞추려고 살에 요소를 품고 있고, 이 요소가 분해되면서 나오는 암모니아가 살의 산도를 pH 9 가까이 끌어올려 부패균이 살 수 없게 만듭니다. 소금도, 종균도, 당분도 넣지 않습니다. 재료가 스스로 방부제를 만드는 유일한 경우입니다.

부각
다시마나 김, 깻잎, 연근에 찹쌀풀을 발라 바싹 말려 두었다가 필요할 때 튀겨 내는 한국 사찰음식의 마른반찬. 튀겨지는 것은 채소가 아니라 그 위에 굳은 찹쌀 전분 막입니다. 이미 익혀서 말려 둔 전분이라 기름에 닿는 순간 안에 남은 수분이 한꺼번에 김이 되어 막을 거품처럼 부풀립니다. 그래서 튀기는 시간이 분이 아니라 초 단위이고, 물기가 거의 없으니 기름을 먹지도 않습니다.

황태국
겨우내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 말린 명태로 끓이는 강원도의 해장국. 이 사이트의 냉동 가이드는 "얼음 결정이 세포를 찢는다"로 시작하면서 최대한 빨리 얼리라고 합니다. 천천히 얼면 결정이 크게 자라 세포벽을 뚫고, 녹을 때 그 구멍으로 물이 빠져나가 물웅덩이에 놓인 마른 음식이 되기 때문이죠. 황태는 그 실패를 석 달 동안 아흔 번 반복해서 만듭니다. 그래서 남는 것은 구멍투성이 스펀지이고, 불리면 생태였을 때보다 더 많은 국물을 머금습니다.

전복죽
제주와 강원 동해안의 전복 죽. 이 사이트의 밥 짓기 가이드는 죽을 두 곳에서 실패라고 적어 두었습니다 — 부서진 쌀알은 냄비를 죽으로 만들고, 전체가 죽처럼 되는 것은 물이 너무 많거나 쌀알이 부서진 탓이라고요. 죽은 그 셋을 전부 일부러 합니다. 쌀을 불려 반쯤 으깨고, 물을 여덟 배 붓고, 부푼 전분 입자가 터져 국물에 퍼질 때까지 젓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게우 — 대개 버리는 전복 내장인데, 참기름에 먼저 볶아 초록빛과 바다 맛을 내는 것이 이 죽을 흰죽에 전복을 얹은 것과 다르게 만듭니다.

편육
고기를 푹 삶아 뜨거울 때 보로 감싸 무거운 것으로 눌러 굳힌 뒤 아주 얇게 썰어 내는 한국의 잔치 음식. 삶는 것은 수육과 같고, 이 요리를 만드는 것은 누르는 단계입니다. 콜라겐이 녹아 나온 젤라틴이 아직 액체일 때 눌러야 식으면서 결끼리 붙어 한 덩어리가 되고, 그래야 2~3mm로 썰어도 부서지지 않습니다.

순대
돼지 창자에 선지와 당면, 채소를 채워 쪄 내는 한국의 대표적인 분식. 핵심은 선지가 맛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열을 받으면 달걀처럼 굳어 나머지를 한 덩어리로 붙잡는 접착제이고, 그래서 선지를 빼면 썰자마자 부서집니다. 같은 케이싱에 채워도 무엇이 소를 붙잡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나옵니다.

빈대떡
불린 녹두를 껍질을 벗겨 갈아 그대로 부쳐 내는 전. 다른 전과 달리 밀가루가 한 술도 들어가지 않고, 반죽이 곧 콩입니다. 그래서 부치는 방식도 다릅니다 — 기름을 얇게 두르는 것이 아니라 넉넉히 부어 가장자리가 튀겨지듯 익어야 그 두께가 속까지 익고 겉이 바스러지게 됩니다.

곰보빵
땅콩버터를 넣은 소보로를 겉에 입혀 구운 한국 빵집의 기본. 갈라진 표면이 이름의 유래인데, 그 균열은 장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반죽이 오븐에서 다르게 움직인 결과입니다. 속의 빵 반죽은 부풀고 위의 소보로는 늘어나지 못해 찢어지는 것이라, 소보로를 부슬부슬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이 빵의 거의 전부입니다.

수제비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얇게 뜯어 멸치 육수에 넣어 끓인 국물 요리. 재료가 거의 없는 만큼 반죽 하나가 결과를 정합니다. 치댄 뒤 냉장고에서 한 시간 쉬게 하지 않으면 잡아당길 때마다 도로 오그라들어 두껍게 뜯기고, 그 두께가 그대로 덜 익은 속으로 남습니다.

도토리묵
도토리 전분을 물에 풀어 끓여 굳힌 묵. 재료가 가루와 물뿐이라 비율이 곧 레시피이고, 실패는 거의 전부 덜 끓인 데서 나옵니다. 걸쭉해지는 순간이 완성처럼 보이지만 거기서 십 분을 더 끓여야 굳었을 때 물이 배어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 만든 묵은 냉장고에 넣지 않습니다 — 이 요리에서 가장 자주 어긋나는 지점입니다.

장어구이
민물장어를 갈라 뼈를 발라내고 숯불에 구운 것. 복날에 삼계탕과 함께 놓이는 대표적인 보양식입니다. 양념을 처음부터 바르는 것이 이 요리에서 가장 흔한 실패이고, 소금만 뿌려 초벌로 기름을 뺀 다음 양념을 얇게 여러 번 덧발라야 층이 쌓입니다. 곁들이는 생강채는 장식이 아니라 구성의 절반입니다.

삼겹살구이
삼겹살을 식탁 위 불판에서 직접 구워 상추에 싸 먹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외식 메뉴. 양념이 없으니 잘못될 구석도 적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께 하나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두툼한 요즘 삼겹살은 얇은 것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구워야 하고, 자주 뒤집는 습관과 굽기 전에 가위로 자르는 습관이 육즙을 잃는 두 가지 경로입니다.

고등어구이
반으로 갈라 편 고등어에 소금을 뿌려 구운, 백반집 밥상의 기본. 재료가 생선과 소금뿐이라 기술이 들어갈 자리는 세 군데밖에 없습니다 — 소금을 언제 뿌리느냐, 굽기 전에 물기를 얼마나 빼느냐, 그리고 껍질이 팬에 붙지 않게 하느냐. 이 셋을 지키면 껍질은 바삭하고 살은 촉촉한 상태가 나오고, 하나라도 놓치면 껍질이 팬에 남고 속은 퍽퍽해집니다.

오이소박이
오이에 열십자로 칼집을 넣고 부추 소를 채워 담그는 여름 김치. 이름의 "소박이"가 소를 박아 넣는다는 뜻입니다. 깍두기나 배추김치처럼 오래 익히는 김치가 아니라 담근 다음 날부터 먹고 일주일 안에 끝내는 김치이고, 그래서 목표가 다릅니다 — 발효보다 아삭함입니다. 오이를 뜨거운 소금물로 절이는 한 가지 요령이 그 아삭함을 며칠 더 벌어 줍니다.

깍두기
무를 깍둑썰어 담그는 김치. 배추김치보다 훨씬 빨리, 훨씬 쉽게 만들 수 있는데 배추처럼 통째로 절였다 씻어 낼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어려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 무는 무게의 90% 이상이 물이라, 절여서 그 물을 빼지 않으면 담근 다음 날 양념이 국물에 희석돼 싱겁고 멀건 깍두기가 됩니다. 설렁탕과 순대국에 나오는 그 깍두기의 아삭함은 이 한 단계에서 갈립니다.

떡갈비
갈비 살을 칼로 다져 양념하고 다시 뭉쳐 구운 요리. 뼈를 물어뜯지 않고 갈비를 먹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유래가 남아 있습니다. 기계로 갈지 않고 칼로 다지는 것이 이 요리의 전부입니다 — 갈아 버리면 고기 결이 사라져 햄버거 패티가 되고, 굵게 다지면 씹을 때 갈비의 결이 그대로 남습니다. 양념장은 처음부터 바르지 않고 다 익은 뒤에 두 번 발라 마무리합니다.

추어탕
미꾸라지를 푹 삶아 체에 갈아 내려 뼈를 걸러내고, 시래기와 된장·들깨가루로 끓이는 걸쭉한 국. 초피(산초)가루를 뿌려 내는 것까지가 한 세트입니다. 손이 가는 곳은 딱 두 군데 — 미꾸라지 해감과 체에 내리는 과정이고, 나머지는 평범한 된장국입니다.

황남빵
아주 얇은 밀반죽으로 통팥소를 감싸 국화 무늬를 찍어 철판에 굽는 경주의 빵. 1939년 경주 황남동에서 시작해 동네 이름이 그대로 이름이 되었습니다. 빵이라기보다 껍질을 입힌 팥덩이에 가까워서, 껍질을 얼마나 얇게 싸는지와 팥소를 얼마나 되게 조렸는지가 전부입니다.

갈비구이
소갈비를 배와 간장 양념에 재워 숯불이나 무쇠판에 굽는 요리. 뼈를 가로질러 얇게 썬 LA갈비가 집에서 가장 다루기 쉬운 형태입니다. 핏물을 빼고, 설탕 계열을 간장보다 먼저 넣고, 양념에 든 당분 때문에 센 불을 피하는 — 이 세 가지가 결과를 정합니다.

육회
살코기를 결 반대로 채 썰어 참기름 양념에 버무리고, 채 썬 배와 달걀 노른자를 곁들여 차게 내는 요리. 불을 쓰지 않으니 부위 선택과 칼질이 조리의 전부이고, 소금을 언제 넣느냐가 물이 생기느냐 마느냐를 정합니다.

골뱅이무침
통조림 골뱅이를 매콤새콤한 양념에 버무려 소면과 함께 내는 술안주. 실패는 거의 항상 물기에서 옵니다 — 골뱅이와 채소에서 나온 물이 양념을 묽게 만들면 되돌릴 수 없어서, 언제 버무리는지가 레시피의 절반입니다.

송편
추석에 빚는 반달 모양 떡. 쌀가루에는 글루텐이 없어서 찬물로는 반죽이 뭉치지 않고, 끓는 물로 익반죽해 호화된 전분이 글루텐 역할을 대신합니다. 갈라지는 송편은 대개 물이 부족했거나 덜 치댄 것입니다.

갈비탕
소갈비를 맑게 끓여 내는 국. 설렁탕과 재료는 겹치지만 목표가 정반대라 — 여기서는 끝까지 잔잔히 끓이고 기름을 다 걷어냅니다. 승부는 갈비의 기름막을 얼마나 떼어냈는지에서 갈립니다.

설렁탕
소뼈를 오래 끓여 국물이 우유처럼 뽀얗게 되는 서울의 국. 그 흰색은 우유가 아니라 지방과 젤라틴이 물에 유화된 것이고, 그래서 이 국은 다른 곰국과 반대로 팔팔 끓여야 합니다. 간은 냄비가 아니라 상에서 합니다.

청국장
이삼일 만에 띄운 콩을 통째로 넣어 끓이는, 된장찌개보다 훨씬 구수하고 냄새가 강한 찌개. 청국장은 국물이 다 잡힌 뒤 마지막에 넣고 오래 끓이지 않는 것이 핵심이고, 넣기 전에 간을 맞춰야 합니다 — 청국장 자체가 짜서 나중에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닭강정
뼈 없는 닭을 감자전분만 입혀 두 번 튀기고, 미리 졸여 둔 물엿 간장 양념에 불을 끈 채로 버무려 땅콩을 뿌리는 한국식 단짠 치킨. 튀김옷을 밀가루가 아니라 전분으로 하는 것과, 양념을 미리 졸여 두는 것이 식어도 바삭한 강정을 만듭니다.

간장게장
살아 있는 꽃게를 끓여 완전히 식힌 간장물에 담가 익히지 않고 숙성시키는 밥반찬. 간장물을 반드시 차게 식혀 붓고 이틀 뒤 한 번 더 끓여 부으며, 바다 게(꽃게)로만 담그고 민물 게로는 담그지 않습니다 — 아래 안전 항목을 먼저 읽어 주세요.

족발
돼지 족을 간장과 향신료에 두 시간 삶아 껍질이 젤라틴처럼 물러지면 식혀서 얇게 썰어 내는 요리. 뜨거울 때 썰면 부서지니 반드시 완전히 식혀서 썰고, 팔각과 계피는 아주 적게 넣어야 한약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콩국수
불린 콩을 짧게 삶아 껍질을 벗겨 갈아, 차게 식힌 콩물에 소면을 담아 먹는 여름 국수. 콩을 오래 삶지 않는 것과 껍질을 벗기는 것이 떫은맛 없는 고운 콩물을 만들고, 간은 소금이냐 설탕이냐로 지역이 갈립니다.

감자탕
돼지 등뼈를 푹 삶아 우거지와 감자를 넣고 들깨가루로 마무리하는 매운 탕. 냄새가 나느냐 안 나느냐는 양념이 아니라 밑손질에서 갈립니다 — 핏물을 빼고 한 번 데쳐 버리는 두 단계를 모두 해야 하고, 들깨가루는 맨 마지막에 넣습니다.

냉면
메밀 면을 얼음이 살짝 낀 소고기 육수에 담아 먹는 한국의 대표 여름 국수. 육수를 어디까지 차게 하는지와, 면을 삶은 뒤 찬물에서 전분을 얼마나 씻어내는지가 맛을 결정합니다. 차가운 음식은 간이 둔해지므로 뜨거운 국물보다 더 세게 간해야 합니다.

호떡
쫄깃한 반죽 속에 흑설탕·계피·견과를 넣어 노릇하게 지진 한국의 국민 겨울 길거리 간식. 한 입 베어 물면 뜨끈한 흑설탕 시럽이 주르륵. 이스트 반죽으로 폭신 쫄깃하게, 집에서도 갓 구운 호떡을 즐겨요.

콩나물무침
아삭한 콩나물을 살짝 데쳐 참기름·마늘·소금으로 조물조물 무친 대표 밑반찬. 몇 가지 재료로 10분이면 뚝딱, 밥반찬으로도 비빔밥·국밥 고명으로도 두루 쓰이는 국민 나물이에요.

육개장
양지를 푹 삶아 결대로 찢고, 대파와 고사리·숙주를 듬뿍 넣어 고춧가루 기름으로 얼큰하게 끓인 한국식 소고기 국. 국물이 진하고 칼칼해 땀이 쏙 나는 대표 보양식이에요. 흰밥을 말면 든든한 한 끼.

칼국수
멸치와 다시마로 우린 뽀얀 육수에 칼로 썬 쫄깃한 밀가루 면을 넣고 애호박과 함께 끓여낸 따끈한 한 그릇. 비 오는 날이면 더 생각나는, 소박하지만 깊은 국물 맛의 국민 국수예요.

찜닭
닭과 감자·당근·당면을 간장 양념에 자작하게 조려낸 안동식 찜닭. 짭조름달큰한 양념이 쫄깃한 당면과 부드러운 닭에 촉촉하게 배어, 한 냄비로 온 가족 든든한 한 끼가 돼요.

감자조림
감자를 깍둑썰어 간장 양념에 자작하게 조려낸 국민 밑반찬. 겉은 반질반질 윤기 나고 속은 포슬포슬, 짭조름달큰해서 밥 한 그릇 뚝딱이에요. 꽈리고추를 더하면 향과 색이 살아요.

오징어볶음
손질한 오징어를 양파·당근·양배추와 함께 고추장 양념에 센 불로 재빠르게 볶아낸 매콤달콤한 밥반찬. 오징어는 짧게만 볶아야 부드럽고, 밥에 얹으면 오징어덮밥으로도 최고예요.

멸치볶음
잔멸치를 마른 팬에 볶아 간장·물엿 양념에 버무린 한국의 대표 밑반찬. 마른 팬에 먼저 볶고 양념은 불 끄고 넣는 것만 알면 식어도 바삭한 짭짤고소 반찬이 완성돼요.

시금치나물
시금치를 살짝 데쳐 마늘·국간장·참기름에 무친 한국의 대표 나물 반찬. 5분이면 되는 건강식으로 밥반찬은 물론 비빔밥 고명으로도 빠지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