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ayustety · CC BY-SA 2.0
깍두기
무를 깍둑썰어 담그는 김치. 배추김치보다 훨씬 빨리, 훨씬 쉽게 만들 수 있는데 배추처럼 통째로 절였다 씻어 낼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어려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 무는 무게의 90% 이상이 물이라, 절여서 그 물을 빼지 않으면 담근 다음 날 양념이 국물에 희석돼 싱겁고 멀건 깍두기가 됩니다. 설렁탕과 순대국에 나오는 그 깍두기의 아삭함은 이 한 단계에서 갈립니다.
재료
조리 단계
무를 껍질째 깨끗이 씻어 2~2.5cm 정육면체로 썬다. 껍질에 유산균과 향이 있어 벗기지 않는다. 크기가 이 요리의 첫 번째 변수다 — 더 작으면 이틀 만에 물러지고, 3cm를 넘으면 속까지 양념이 들어가는 데 일주일이 걸린다.
- ⏲ 30분
썬 무에 굵은소금과 설탕을 뿌려 고루 섞고 30분 절인다. 15분쯤에 한 번 뒤적인다. 무가 살짝 투명해지고 손으로 눌렀을 때 부러지지 않고 휘면 다 절여진 것이다.
- ⏲ 20분
체에 밭쳐 20분 물기를 뺀다. 씻지 않는다 — 배추김치와 다른 점이고, 여기서 헹구면 간이 빠져 나중에 젓갈을 더 넣게 되고 그만큼 짜진다. 빠진 물은 버린다.
- ⏲ 5분
찹쌀가루를 물에 풀어 약불에서 5분 저어 가며 끓여 풀을 쑤고 완전히 식힌다. 뜨거운 풀을 그대로 넣으면 유산균이 죽고 무가 익어 물러진다.
- ⏲ 10분
물기 뺀 무에 고춧가루만 먼저 넣어 버무리고 10분 둔다. 고춧가루가 남은 물기를 흡수하며 색이 무에 배는 시간이고, 이 순서를 지키면 완성색이 훨씬 곱다.
식힌 찹쌀풀과 새우젓·액젓·마늘·생강·양파·설탕을 넣어 고루 버무리고, 마지막에 쪽파를 넣어 살살 섞는다. 쪽파를 먼저 넣으면 버무리는 동안 뭉개진다.
소독한 유리나 도자기 용기에 꾹꾹 눌러 담아 공기를 뺀다. 위에 랩을 밀착시키고 뚜껑을 덮는다. 통을 가득 채우지 말고 8할만 — 발효 중에 국물이 올라온다.
실온(20°C 정도)에 하루에서 이틀 두어 발효를 시작시킨 뒤 냉장고로 옮긴다. 뚜껑을 열었을 때 기포가 올라오고 시큼한 냄새가 나면 옮길 때다. 여름에는 하루, 겨울에는 이틀이 기준이다.
냉장에서 일주일쯤 지나면 먹기 좋고, 2~3주에 가장 맛이 든다. 그 뒤로는 점점 시어지는데, 그때부터가 찌개와 볶음밥의 재료다.
팁과 변형
변형
- 총각김치: 알타리무를 잎째 담근다. 무청이 붙어 있어 씹는 결이 다르고 담그는 법은 거의 같다. 깍둑썰지 않고 통째로 쓰는 것이 차이다.
- 석박지: 무를 더 크고 납작하게 썰어 담근다. 설렁탕집에서 나오는 넓적한 것이 이쪽이고, 같은 이유로 익는 데 더 오래 걸린다.
- 굴깍두기: 겨울에 생굴을 넣는다. 감칠맛이 확 올라가지만 오래 두지 못해 일주일 안에 먹어야 한다.
- 감 깍두기: 단감을 함께 넣는 지역 방식. 단맛과 효소가 발효를 빠르게 한다.
- 여름 깍두기: 여름 무는 맵고 쓴맛이 강해 설탕이나 배를 조금 더 넣는다. 여름에는 아예 열무로 담그는 열무김치 쪽으로 넘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 젓갈 없이: 채식으로 만들 때는 새우젓과 액젓 대신 간장 2큰술과 표고 우린 물, 다시마 우린 물을 쓴다. 감칠맛이 얕아지므로 마른 표고를 갈아 1큰술 넣으면 채워진다 (감칠맛 차곡차곡).
- 신 깍두기의 쓸모: 2~3주를 넘겨 시어진 깍두기는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리의 재료다. 김치찌개에 배추김치 대신 넣거나, 잘게 썰어 김치볶음밥에 쓰면 국물이 적어 오히려 볶기 좋다.
- 함께 먹는 것: 설렁탕과 갈비탕, 감자탕, 육개장 같은 국밥류의 짝이다. 기름지고 진한 국물의 느끼함을 산과 아삭함으로 끊는 역할이라, 이 조합은 취향이 아니라 구조다.
꿀팁
- 절이는 단계를 건너뛰지 않는다. 이 요리의 전부다. 무는 90% 이상이 물이고, 그 물이 담근 뒤에 빠져나오면 양념이 희석돼 국물만 많고 맛은 싱거운 깍두기가 된다. 30분 절이고 20분 물기를 빼는 50분이 아삭함과 진한 양념을 동시에 만든다 (소금 간의 원리).
- 절인 뒤 씻지 않는다. 배추김치는 절인 배추를 헹구지만 깍두기는 헹구지 않는다. 헹구면 간이 빠져 젓갈을 더 넣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 짜진다.
- 껍질을 벗기지 않는다. 껍질과 그 바로 아래에 향과 유산균이 있다. 흙만 솔로 문질러 씻어 낸다. 무청 쪽 파란 부분은 달고 아래쪽은 매우니 섞어 쓴다.
- 2~2.5cm를 지킨다. 이 크기가 아삭함이 유지되면서 일주일 안에 속까지 익는 지점이다. 칼로 크기를 맞추는 것이 깍두기에서 유일하게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다 (칼질의 기본).
- 고춧가루를 먼저 입힌다. 남은 물기를 고춧가루가 먹으면서 색이 무에 배고, 나중에 넣는 젓갈과 마늘이 물에 씻겨 내려가지 않는다. 순서만 바꿔도 색이 달라진다 (고추와 매운맛).
- 찹쌀풀은 완전히 식혀서. 유산균을 살리기 위한 먹이인데 뜨거운 채로 넣으면 그 유산균을 먼저 죽인다 (발효의 기초).
- 생강은 적게. 1작은술이면 충분하다. 마늘과 달리 많이 넣으면 쓴맛과 알싸함이 남아 발효가 진행될수록 도드라진다.
- 눌러 담아 공기를 뺀다. 김치 발효는 혐기성이다. 공기와 닿은 윗면이 먼저 물러지고 하얀 효모막(골마지)이 생긴다. 랩을 표면에 밀착시키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장 다루기).
- 실온에 두는 시간은 온도로 판단한다. 20°C에서 하루, 25°C가 넘는 여름이면 반나절, 겨울 15°C면 이틀. 날짜가 아니라 기포와 냄새가 기준이다.
- 통을 가득 채우지 않는다. 발효하면서 국물이 올라와 넘친다. 8할이 안전선이다.
- 국물을 버리지 않는다. 깍두기 국물은 그 자체로 국수 국물이 되고, 냉면 육수에 조금 섞는 것도 흔한 방법이다.
- 처음 이틀은 아직 깍두기가 아니다. 갓 버무린 것은 그냥 매운 무이고, 산이 생기기 전까지는 이 음식의 맛이 나지 않는다. 일주일을 기다리는 것이 레시피의 일부다 (내는 온도).
이 요리에 필요한 기본기
- 발효의 기초발효는 통제된 부패입니다. 통제 수단은 소금 농도·온도·산소 차단 세 가지뿐이고, 실패와 정상을 구분하는 기준도 명확합니다.
- 감칠맛 차곡차곡 쌓기감칠맛은 재료 하나로 만드는 게 아니라 겹쳐서 만듭니다. 글루탐산과 핵산이 만나면 효과가 몇 배로 뛰는 시너지가 핵심입니다.
- 데치기와 색 살리기데친 채소가 누렇게 변하는 이유는 산과 열입니다. 물을 넉넉히 잡는 이유, 뚜껑을 열어야 하는 이유, 얼음물이 실제로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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