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Otkoyg · CC BY-SA 4.0
수프카레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1970년대에 생긴 일본 카레의 한 갈래. 밀가루 루로 걸쭉하게 만드는 카레라이스와 달리 향신료를 우린 묽은 국물이고, 밥은 국물에 붓지 않고 따로 낸다. 채소도 국물에 넣어 뭉근히 끓이지 않고 따로 구워 마지막에 올리기 때문에 형태와 색이 그대로 남는다. 즉 걸쭉함을 포기한 대신 재료 하나하나의 윤곽을 얻은 카레다.
재료
- 2인분
- 닭 다리 (북채) · 뼈 있는 것. 통째로 세워 담는 것이 이 요리의 모양이라 살만 발라낸 것으로는 대체가 어렵다2 개
- 소금 · 닭 밑간용1 작은술
- 검은 후추 · 닭 밑간용0.5 작은술
- 국물
- 양파 · 얇게 채썬다. 갈색까지 볶아 단맛과 바디를 내는 역할2 개
- 마늘 · 으깨서4 쪽
- 생강 · 갈아서1 큰술
- 토마토 · 깍둑썰기. 또는 토마토 페이스트 1큰술1 개
- 치킨 스톡 · 묽은 국물이라 물의 비율이 높다. 시판 큐브를 쓸 때는 소금을 나중에 넣는다1.2 L
- 가쓰오 다시 · 선택. 삿포로 가게들이 일식 다시를 섞는 이유는 감칠맛이지 카레 향이 아니다200 ml
- 간장1 큰술
- 향신료
- 커민씨 · 통으로. 갈아 놓은 것보다 향이 오래 남는다1 작은술
- 코리앤더씨 · 통으로1 작은술
- 카다몬 · 통째로 살짝 눌러서3 개
- 정향3 개
- 계피 · 3cm 정도1 조각
- 월계수잎1 장
- 카레 가루 · 일본식 카레분 또는 가람 마살라. 루가 아니라 가루여야 한다2 큰술
- 강황 · 색을 담당한다0.5 작은술
- 카옌 페퍼 · 매운맛 단계를 여기서 조절한다0.5 작은술
- 채소 (따로 익힌다)
- 감자 · 작은 것은 통째로, 큰 것은 반으로. 껍질째2 개
- 당근 · 길게 반으로 자른다. 작게 썰지 않는다1 개
- 가지 · 길게 4등분1 개
- 피망 · 반으로 갈라 씨만 제거1 개
- 브로콜리 · 큼직한 송이로4 조각
- 연근 · 선택. 1cm 두께로 썬다4 조각
- 식용유 · 채소를 굽는 데 쓴다4 큰술
- 곁들임
- 밥 · 따로 낸다. 국물에 붓지 않는 것이 이 요리의 정의에 가깝다2 공기
- 달걀 · 반숙으로 삶아 반으로 자른다1 개
조리 단계
- ⏲ 30분
닭 다리에 소금과 후추를 골고루 뿌려 30분 둔다. 뼈 있는 다리는 두꺼워서 표면 간만으로는 속까지 닿지 않는다 — 이 시간이 소금이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이다.
- ⏲ 2분
두꺼운 냄비를 중불에 올려 기름 없이 커민씨·코리앤더씨·카다몬·정향·계피를 넣고 1~2분 볶는다. 향이 올라오는 순간 멈춘다. 통향신료를 먼저 깨우는 것이 가루 카레만 넣은 국물과 갈리는 지점이다.
- ⏲ 20분
기름 2큰술을 넣고 채썬 양파를 15~20분, 갈색이 될 때까지 볶는다. 여기서 서두르면 국물에 단맛과 바디가 없어 향신료 물이 된다. 걸쭉하게 만들 루가 없으니 양파가 바디를 담당한다.
- ⏲ 20초
마늘·생강을 넣어 30초 볶고, 카레 가루·강황·카옌을 넣어 20초만 더 볶는다. 가루 향신료는 통향신료와 달리 금방 탄다.
토마토를 넣어 으깨듯 볶다가 치킨 스톡과 가쓰오 다시, 간장, 월계수잎을 넣는다. 닭 다리는 이 단계에서 넣지 않는다.
- ⏲ 5분
다른 팬에 기름 1큰술을 두르고 밑간한 닭 다리를 껍질 쪽부터 5분 세게 구워 색을 낸다. 국물에 그냥 삶으면 껍질이 물러지고 국물이 탁해진다.
- ⏲ 50분
구운 닭 다리를 국물 냄비에 옮겨 뚜껑을 덮고 약불에서 40~50분 끓인다. 뼈에서 살이 떨어질 만큼 익어야 하지만 국물은 끓어오르게 두지 않는다 — 잔잔히 김이 오르는 정도가 맑은 국물을 만든다.
- ⏲ 7분
그 사이 달걀을 끓는 물에 7분 삶아 찬물에 식힌다. 노른자 가운데가 살짝 흐르는 정도다.
- ⏲ 15분
큰 팬에 남은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감자·당근·연근을 먼저, 그다음 가지·피망·브로콜리를 넣어 10~15분 굽는다. 겉이 갈색으로 지고 속은 막 익은 상태에서 꺼낸다. 채소를 국물에 넣어 함께 끓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 색과 형태가 남는다.
국물의 간을 본다. 싱거우면 소금, 향이 납작하면 카레 가루 반 큰술, 무거우면 물을 조금 더 넣는다. 맵기는 카옌으로 마지막에 올린다. 이 국물은 마시는 농도여야 한다.
깊은 그릇에 국물을 붓고 닭 다리를 세워 담은 뒤 구운 채소와 반으로 자른 달걀을 얹는다. 밥은 따로 낸다. 한 숟갈씩 국물에 적셔 먹거나 국물을 조금 부어 먹는 것이 삿포로 방식이고, 처음부터 밥에 국물을 붓는 것은 카레라이스의 먹는 법이다.
팁과 변형
변형
- 카레라이스와 무엇이 다른가: 카레라이스는 밀가루와 기름으로 만든 루로 걸쭉하게 잡고 밥 위에 붓는다. 수프카레는 루를 쓰지 않아 국물이 묽고, 밥은 따로 나오고, 채소는 따로 익혀 마지막에 올린다. 같은 향신료를 쓰지만 농도를 만드는 방식이 정반대다 (농도 잡는 법).
- 라멘 국물의 문법을 카레에 적용한 것: 삿포로에서 태어난 이유가 여기 있다는 해석이 흔하다. 라멘처럼 국물의 맑기와 감칠맛을 따지고, 건더기를 따로 조리해 올린다. 가쓰오 다시를 섞는 가게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육수의 기본).
- 양고기·해산물 버전: 삿포로 가게들의 표준 메뉴다. 양고기는 향신료를 더 세게 잡아도 버티고, 해산물은 반대로 국물을 다 끓인 뒤 마지막 3~4분에만 넣는다. ko.wikipedia가 이 요리를 "해산물, 채소 등의 다양한 재료"로 설명하는 것이 이 쪽이다.
- 매운맛 단계: 가게에서 1~10단계로 파는 것이 관례다. 카옌이나 고춧가루를 국물에 넣지 않고 먹는 사람이 각자 올리도록 따로 내면 같은 냄비로 매운 사람과 안 매운 사람을 다 먹인다 (고추와 매운맛).
- 채소를 튀기는 쪽: 굽는 대신 170°C 기름에 튀기면 감자와 연근이 훨씬 바삭하다. 가게에서 흔한 방식이고, 대신 기름을 많이 쓴다 (튀김의 원리).
- 오븐으로: 채소를 200°C 오븐에서 20~25분 로스팅하면 팬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팬보다 덜 진하지만 양이 많을 때 편하다.
- 다른 카레들: 버터 치킨은 유제품으로 농도를 잡고, 그린 커리와 뿌팟퐁커리는 코코넛 밀크로, 달 커리는 콩 자체가 걸쭉해진다. 수프카레는 그 어느 것도 하지 않는다.
꿀팁
- 루를 쓰지 않는 요리라는 것이 전부다. 밀가루 루도, 코코넛 밀크도, 크림도 없다. 그래서 국물에 바디를 주는 것은 볶은 양파와 닭 뼈뿐이고, 둘 중 하나를 아끼면 향신료 탄 물이 된다.
- 양파를 갈색까지 볶는 15~20분을 줄이지 않는다. 이 요리에서 가장 자주 실패하는 지점이다. 강불로 시간을 줄이려 하면 겉만 타고 단맛이 나오지 않는다 (불 조절과 팬 예열, 갈색으로 굽기).
- 통향신료 먼저, 가루 향신료 나중. 통은 마른 팬에서 1~2분 버티지만 가루는 20초면 탄다. 순서를 바꾸면 쓴맛이 국물 전체에 남는다 (향신료 깨우기).
- 닭은 반드시 먼저 굽는다. 껍질을 갈색으로 잡아 두면 40분 끓이는 동안에도 형태가 남고, 구운 자리에서 나온 것이 국물의 깊이가 된다 (고기 굽기와 휴지).
- 국물을 끓어오르게 두지 않는다. 팔팔 끓이면 지방이 유화되어 국물이 탁해지고, 이 요리는 맑은 것이 특징이다. 잔잔히 김이 오르는 온도를 유지한다 (육수의 기본).
- 채소는 반드시 따로. 국물에 함께 넣으면 40분 뒤에 브로콜리는 올리브색이 되고 가지는 풀어진다. 따로 구워 마지막에 올리는 것이 이 요리의 방법론이다 (데치기와 색 살리기).
- 채소는 크게 썬다. 감자는 통째로, 당근은 길게 반으로. 작게 썰면 국물에 잠겨 흐물해지고, 큰 덩어리로 남아 있어야 국물과 대비가 생긴다 (칼질의 기본).
- 밥은 따로 낸다. 붓지 않는 것이 이 요리의 정의에 가깝다. 밥이 국물을 다 먹어 버리면 카레라이스가 되고, 애초에 묽게 만든 이유가 사라진다 (밥 짓기의 기본).
- 간은 맨 마지막에. 40~50분 동안 국물이 줄어들기 때문에 처음에 맞춘 간은 끝에서 짜다. 시판 스톡 큐브를 썼다면 특히 그렇다 (맛의 균형 잡기).
- 묽은 것이 실패가 아니다. 처음 만들면 "덜 됐나" 싶을 만큼 묽은데, 그게 맞다. 마실 수 있는 농도가 기준이다.
- 다음 날이 더 낫다, 채소만 빼면. 국물은 하루 두면 향신료가 정돈된다. 대신 채소는 그때 새로 구워야 한다 — 국물에 담가 하룻밤 두면 따로 익힌 의미가 없어진다 (남은 음식 되살리기).
- 뜨겁게 낸다. 묽은 국물은 걸쭉한 카레보다 훨씬 빨리 식는다. 그릇을 미리 데워 두면 체감 차이가 크다 (내는 온도).
이 요리에 필요한 기본기
- 맛의 균형 잡기'뭔가 부족한' 맛의 정체는 대개 소금 아니면 산입니다. 다섯 개의 손잡이를 어떤 순서로 돌리는지, 그리고 맛보기의 기술.
- 고추와 매운맛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 신호입니다. 캡사이신이 어디에 몰려 있는지, 물이 왜 소용없는지, 그리고 이미 매워진 요리를 되돌리는 네 가지 방법.
- 내는 온도차게 먹는 음식은 간을 더 해야 하는 물리적 이유, 밥과 떡이 냉장고에서 가장 빨리 굳는 이유, 그리고 한 김 식히는 것이 목적인 요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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