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채
본 요리 앞이나 곁에 내는 요리입니다. 딥과 스프레드, 날것이나 절인 요리, 만두와 전, 꼬치가 있고, 날것으로 내는 요리가 많아 양념만큼 써는 방법이 중요합니다. 함께 읽을 기본기: 칼질의 기본

안키모
아귀 간에 소금을 문지르고 청주로 씻은 뒤 혈관을 걷어 내고 원통으로 말아 찐 일본의 진미. 식혀서 둥글게 썰어 모미지오로시(고춧가루 섞은 간 무), 쪽파, 폰즈와 낸다. 아귀 간은 지방이 40%쯤이라 "바다의 푸아그라"라고 불린다.

알모그로테
아주 오래 숙성한 단단한 염소젖 치즈를 곱게 갈아 매운 고추, 마늘, 올리브유와 섞어 만드는 카나리아 제도 라고메라 섬의 스프레드. 불은 쓰지 않는다. 치즈가 너무 단단해 으깨지지 않으므로 갈아서 기름으로 풀고, 넣는 기름의 양이 되기를 정한다. 구운 빵이나 감자에 발라 먹는다.

토마토케프테데스
산토리니 섬의 토마토 튀김. 토마토를 칼로 잘게 다져 양파, 민트, 파슬리와 섞고 밀가루를 넣어 되직한 반죽을 만든 뒤, 숟가락으로 떠서 기름에 튀긴다. 반죽에 물을 따로 넣지 않는다. 토마토에서 나온 즙이 반죽의 물이다.

보케로네스 엔 비나그레
스페인 바의 대표 타파스. 생멸치를 포 떠서 소금물에 3시간, 식초에 6시간 담가 갈색 살이 속까지 하얘지면 건져, 마늘과 파슬리를 넣은 올리브유에 담가 차갑게 낸다. 불을 쓰지 않으므로 생선은 먼저 얼려 둔다.

외프 앙 뫼레트
부르고뉴의 달걀 요리. 레드와인에 샬롯과 마늘을 넣어 졸이고, 그 와인에 달걀을 바로 데쳐 낸 뒤 같은 와인을 버터와 밀가루로 걸쭉하게 만들어 소스로 붓는다. 라르동, 양송이, 방울양파를 곁들이고 마늘을 문지른 구운 빵 위에 올린다.

가쓰오노타타키
껍질째 손질한 가다랑어를 짚불에 겉만 재빨리 그을린 뒤 두툼하게 썰어, 마늘과 파 같은 양념을 얹고 폰즈를 끼얹어 내는 고치현의 요리. 겉은 훈연한 듯 향이 나고 속은 회 그대로다.

구절판
여덟 칸에 소고기, 표고, 목이버섯, 달걀 흰자와 노른자 지단, 당근, 오이, 무를 곱게 채 썰어 하나씩 볶아 담고, 가운데 칸에 얇고 하얀 밀전병을 담는 한국의 전채. 먹는 사람이 밀전병에 서너 가지를 올려 겨자장에 찍어 싸 먹는다.

우토펜치
체코 선술집에서 맥주와 함께 내는 차가운 소시지 초절임. 훈제 소시지 슈페카체크의 껍질을 벗기고 길게 칼집을 내 양파를 채운 뒤, 식초·물·소금·설탕·후추·올스파이스를 끓여 식힌 절임물에 담가 서늘한 곳에서 일주일, 가능하면 두 주 둔다. 익힌 고기를 국물에 담가 맛을 들이는 요리지만, 절임물도 소시지도 차가우니 식으면서 국물을 빨아들이는 길은 쓰지 못한다. 남는 것은 칼과 시간이다.

루이베
홋카이도 아이누의 얼린 연어회. 겨울 바깥에 두어 속까지 얼린 연어를 언 채로 얇게 저며, 녹기 전에 간장과 와사비로 먹는다. 육회나 카르파초 같은 날고기 요리는 칼질을 위해 겉만 얼리고 속까지 얼리는 것은 금한다 — 녹을 때 물이 빠지기 때문이다. 루이베는 끝까지 얼리고 녹이는 단계를 없앤다. 그 냉동은 날로 먹는 연어의 기생충을 잡는 일도 겸한다.

오바츠다
바이에른 비어 가든의 치즈 스프레드. 잘 익은 카망베르 둘에 버터 하나를 포크로 으깨 섞고, 파프리카와 캐러웨이, 다진 양파, 맥주 한두 숟가락으로 맛을 낸다. 불은 한 번도 쓰지 않는다. 치즈를 무르게 만든 것은 열이 아니라 숙성이고, 그래서 재료는 가운데까지 흐물흐물하게 익은 치즈여야 한다. 브레첼이나 호밀빵에 발라 먹는다.

육전
얇게 썬 쇠고기에 밀가루와 달걀옷만 입혀 팬에 부친 전. 돈까스나 슈니첼의 밀가루·달걀·빵가루 옷에서 빵가루를 빼고 달걀에서 멈춘 셈이라, 달걀이 곧 겉면이 된다. 그래서 불은 고기가 아니라 달걀에 맞추고, 고기는 팬에 직접 닿지 않은 채 달걀옷 안에서 익는다.

우위쯔
숭어알을 소금에 절여 말린 대만의 우위쯔를 고량주로 겉만 살짝 구워 얇게 썰고, 생무와 마늘잎을 곁들여 한입에 먹는 요리. 익히는 일은 소금과 바람이 이미 끝냈다. 불은 겉의 기름을 녹여 향을 내는 몫뿐이고, 속까지 데우면 단단하고 써진다. 짠맛은 무 한 장이 한 입씩 묽혀 맞춘다.

우곡
찐 토란을 으깨 밀전분과 라드로 반죽하고, 돼지고기와 새우 소를 싸서 튀기는 광둥 딤섬. 튀기면 겉이 벌집 같은 레이스로 부풀어 오릅니다. 부각은 전분 막을 바싹 말려야 기름 속에서 거품이 되는데, 우곡의 반죽은 젖어 있습니다. 그 대신 반죽 속에 라드가 고루 개어져 있고, 기름에 들어가는 순간 빠져나가는 김이 기름으로 느슨해진 반죽을 가닥가닥 벌려 놓습니다.

타프나드
올리브와 케이퍼와 안초비를 절구에 넣고 찧어 만드는 프로방스의 메제. 그릇 안에 신선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 셋 다 이미 절여져 나온 것이라, 이 조리법에는 소금을 넣는 자리가 아예 없어요. 간은 올리브를 고르는 순간에 이미 정해집니다.

미르자 가세미
껍질이 새까맣게 타도록 구운 가지를 다시 기름에 볶아 내린 뒤 달걀로 붙들어 내는 이란 북부의 전채. 구워서 무너진 가지는 더 이상 기름을 빨아들이지 못하므로, 이 요리는 그 기름을 자유롭게 둔 채 마지막에 달걀로 거둬들입니다.

카이 룩크이
완숙으로 삶은 달걀을 통째로 튀겨 겉을 우둘투둘하게 부풀린 뒤, 타마린드와 팜슈거와 피시소스를 졸인 소스를 끼얹어 내는 태국의 전채. 달걀 요리의 온도 이야기가 여기서는 처음부터 끝나 있습니다 — 기름에 들어갈 때 이미 흰자도 노른자도 완전히 굳어 있어서, 튀김이 건드리는 것은 오직 표면뿐입니다. 이름은 "사위의 달걀"이라는 뜻입니다.

고마도후
참깨를 곱게 간 페이스트와 칡전분을 물에 풀어, 쉬지 않고 저어 가며 끓인 뒤 틀에 부어 굳히는 일본 사찰 음식. 이름은 두부지만 콩은 한 톨도 들어가지 않고 단백질을 응고시키지도 않습니다 — 굳히는 것은 전분입니다. 다만 묵과도 다릅니다. 절반이 지방인 페이스트가 젤 속에 들어가 있어서, 같은 전분으로도 훨씬 무르게 굳고 그만큼 전분을 많이 씁니다.

푸페이귄
두부피로 돼지고기와 새우 소를 말아 튀긴 광둥 딤섬. 이 껍질은 반죽을 밀어 만든 것이 아니라, 끓기 직전의 두유 표면에서 물이 날아간 자리에 단백질이 엉겨 생긴 막을 걷어 말린 것입니다. 응고제도 산도 쓰지 않고, 전분도 글루텐도 아닙니다.

카르파초
생소고기를 비칠 만큼 얇게 저며 접시에 깔고 올리브유·레몬·파르미지아노·루콜라를 올려 내는 이탈리아의 전채. 1950년 베네치아 해리스 바에서 만들어진 요리다. 생 살코기는 소금이 닿는 순간부터 물을 내놓는데, 이 요리는 그 문제를 소금을 늦게 넣어서가 아니라 녹지 않는 형태로 올려서 푼다. 간을 맡는 것은 소금물이 아니라 얇게 저민 치즈 한 장이고, 그것은 입에서야 녹는다.

츨브르
마늘을 간 되직한 요거트를 접시에 깔고 그 위에 수란을 올린 뒤, 고춧가루를 넣어 달군 버터를 끼얹어 내는 튀르키예 요리. 15세기 오스만 궁정 기록에 나옵니다. 요거트는 가열하면 분리되는데 여기서는 100도가 넘는 버터를 그대로 부어도 멀쩡합니다 — 물이 없는 지방이 위에 뜬 채 몇 초만 닿기 때문이에요. 대신 요거트는 반드시 실온이어야 합니다.

바타타 바다
삶은 감자를 머스터드씨와 강황·생강·풋고추 타드카에 버무려 동그랗게 빚고, 병아리콩가루 반죽을 입혀 튀긴 마하라슈트라의 길거리 음식. 밀가루 튀김옷은 적게 섞으라고 배우지만 이 반죽은 정반대로 세게 쳐야 합니다 — 병아리콩가루에는 질겨질 글루텐이 아예 없고, 치면서 들어간 공기가 껍질을 가볍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사모사와 속은 같고 기름 온도는 정반대예요.

스뫼레브뢰드
덴마크의 오픈 샌드위치. 뚜껑을 덮지 않는 것이 멋이 아니라 빵 때문입니다. 루그브뢰드는 통곡 호밀을 사워도우로 발효시킨 촘촘하고 신 빵이라 접으면 갈라지고, 한 장으로 이미 접시 노릇을 할 만큼 단단합니다. 그래서 한 장이 한 접시가 되고, 한 끼는 청어부터 치즈까지 정해진 순서로 여러 장을 거치는 코스가 됩니다. 나이프와 포크로 먹습니다.

노마이가이
찹쌀과 닭고기, 표고, 랍창을 연잎에 싸서 찌는 광둥 딤섬. 잎으로 싸는 요리가 흔히 쓰는 바나나잎은 넓고 잘 찢어지지 않아서 고른 그릇입니다. 연잎은 향 때문에 고릅니다. 이 요리의 다른 이름이 아예 허예판, 연잎밥인 이유가 그것입니다. 그리고 봉지 안에는 물이 한 방울도 없기 때문에, 쌀은 싸기 전에 이미 익혀 두어야 합니다.

리코타
치즈를 만들고 남은 유청을 다시 끓여 건져 낸 이탈리아의 신선 치즈. 우유를 굳히는 대표적인 길은 산, 칼슘염, 레닛 — 셋 다 굳히는 것은 같은 단백질, 카세인입니다. 리코타는 유청에 남은 다른 단백질을 열로 굳히고, 재료는 치즈장이가 버리던 물입니다. 이름부터 다시 끓였다는 뜻입니다.

피단
오리알을 재와 석회와 소금에 대여섯 주 담가, 열을 한 번도 쓰지 않고 익히는 중국의 절임. 달걀은 열을 받으면 흰자 62도, 노른자 68도에서 굳기 시작하지만, pH가 12를 넘으면 열 없이도 단백질이 풀렸다 다시 엉깁니다. 그물이 굵어 빛을 덜 흩으므로 흰자가 호박색으로 투명하게 굳습니다.

데블스 온 호스백
말린 과일을 베이컨으로 감싸 오븐에 굽는 영국의 전채입니다. 여기서 베이컨은 껍질 노릇을 합니다. 지방이 녹아 안쪽을 적시고, 소금기가 안으로 들어가고, 익으면서 줄어들어 속을 꽉 조입니다. 그래서 이음매를 아래로 두고 구우면 이쑤시개 없이도 풀리지 않습니다.

덴가쿠
두부를 꼬치에 꿰어 구운 뒤 단맛을 넣어 조린 미소를 발라 다시 직화에 올리는 무로마치 시대의 요리. 미소는 보통 향을 지키려 세게 끓이지 않지만 여기서 노리는 것은 그 향이 아닙니다. 유리 아미노산이 많은 미소에 설탕을 섞어 불에 대면 몇십 초 만에 갈색으로 굽히며 새 향이 납니다.

갈랑틴
닭 한 마리의 뼈를 등에서부터 발라내고, 껍질을 한 장으로 벗겨 그것을 틀로 삼아 다진 소를 채워 원기둥으로 말아 삶은 프랑스 요리입니다. 붙잡아 주는 세 가지가 모두 이 닭에서 나옵니다 — 껍질이 케이싱이고, 살에서 소금으로 끌어낸 단백질이 접착제이고, 뼈를 끓여 만든 육수의 콜라겐이 식으면서 굳어 젤리가 됩니다. 밖에서 가져오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편육이 고기의 결을 그대로 두고 눌러 붙이는 쪽이라면, 갈랑틴은 결을 완전히 해체하고 없던 모양으로 다시 세우는 쪽입니다.

시시그
돼지머리를 삶고, 굽고, 다진 다음 시커멓게 달군 무쇠 철판에 올려 내는 필리핀의 국민 음식 가운데 하나. 삶기는 콜라겐을 젤라틴으로 바꾸고, 굽기는 표면을 말려 갈색으로 만들고, 철판은 아래쪽만 튀겨 한 접시에 두 가지 질감을 만듭니다. 달걀도 그 철판 위에서 익습니다.

오징어순대
돼지 창자 대신 오징어 몸통에 소를 채워 찐 강원도 속초의 향토음식. 순대 껍질은 가만히 있는 주머니지만 오징어 몸통은 열을 받으면 근육이 세게 수축해 길이가 3분의 1까지 줄며 소를 밀어냅니다. 가득 채우지 않고, 입구를 꿰매고, 구멍을 내고, 낮은 불에 잠깐만 찌는 이유입니다.

모차렐라
우유를 레닛으로 굳혀 뜨거운 물에서 늘여 만드는 이탈리아의 생치즈. 산으로 굳히면 카세인의 칼슘이 빠져 부슬부슬한 덩어리가 남습니다. 레닛은 카세인 표면의 한 곳만 잘라 칼슘을 안에 그대로 둡니다. 그래서 이 응유는 나중에 뜨거운 물에서 늘어납니다.

크랩 케이크
체서피크만의 게살 요리. 소시지는 날고기에서 단백질을 끌어내 접착제로 쓰지만, 게는 이미 삶아져 들어와 끌어낼 것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달걀과 마요네즈를 바깥에서 들여와 냉장고에서 모양을 잡고 팬에서 달걀로 고정합니다. 그래야 게살 덩어리가 덩어리로 남습니다.

하링
네덜란드의 청어 절임. 익히지도 훈연하지도 않고, 소금만 살짝 쳐서 며칠 두면 살이 버터처럼 부드러워집니다 — 그 일을 하는 것은 미생물도 산도 아니고 생선 자신의 소화 효소입니다. 그래서 내장을 뺄 때 이자(췌장)만은 일부러 남깁니다. 아무것도 넣지 않고, 원래 안에 있던 것을 버리지 않는 것이 이 요리의 전부입니다.

가마보코
흰살 생선을 갈아 얼음물로 여러 번 씻어 낸 뒤 소금으로 반죽해 굳힌 일본 어묵. 핵심은 넣는 것이 아니라 빼내는 것입니다 — 지방과 피, 물에 녹는 단백질을 씻어 흘려보내면 근섬유 단백질만 거의 남고, 그것이 소금에 풀렸다가 열에 굳으면 고기 반죽으로는 낼 수 없는 탄력이 생깁니다. 어묵을 사서 쓰는 요리는 많은데, 그 어묵이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티라디토
흰살 생선을 사시미처럼 얇게 저며 매콤한 아히 소스를 먹기 직전에 끼얹는 페루 요리. 세비체와 재료가 거의 같은데 산을 쓰는 방식이 정반대입니다 — 세비체는 깍둑 썬 생선을 라임즙에 재워 산으로 익히고, 티라디토는 산이 생선을 익히지 못하게 마지막 순간에 올립니다. 그래서 익힘을 결정하는 것이 산이 아니라 칼입니다: 3mm로 저미면 재울 필요가 없습니다.

로박고우
무를 채 썰어 볶아 쌀가루로 굳힌 광둥식 딤섬. 물을 따로 넣지 않는 것이 이 떡의 요령입니다 — 무는 무게의 90퍼센트가 물이고, 볶는 동안 그 물이 빠져나와 쌀가루를 적십니다. 그래서 계량컵으로 잡을 수 있는 배합이 아니고, 무가 얼마나 물을 냈는지를 보고 맞춰야 합니다. 찐 다음에는 하룻밤 차게 두어야 비로소 썰리고, 그때 지져야 겉에 껍질이 생깁니다.

홍어회
홍어를 삭혀 회로 썬 전라도 음식. 대부분의 발효는 젖산균이 산도를 떨어뜨려 부패균을 막지만 홍어는 반대입니다. 연골어류의 살에 든 요소가 분해되며 나오는 암모니아가 산도를 pH 9 가까이 끌어올려 부패균이 살 수 없게 합니다. 소금도 종균도 당분도 넣지 않습니다.

수플레
거품 낸 흰자를 진한 베샤멜에 접어 넣고 오븐에서 부풀리는 프랑스 요리. 수플레는 오븐에서 나오는 순간이 최대치이고 그다음부터 가라앉습니다. 열로 팽창한 기체 둘레에 달걀 단백질이 굳지만 그 막이 얇아 기체가 식으며 줄어들 때 버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나오자마자 먹습니다.

사가나키
그리스의 치즈 튀김 메제. 대개의 치즈는 팬에서 늘어나거나 녹아들거나 뭉치지만, 케팔로티리나 그라비에라는 수분이 적고 카세인 그물이 단단해 겉만 갈색으로 굽히고 속은 물러질 뿐 흐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두툼한 덩어리째 접시에 올리고 레몬을 짜 바로 먹습니다.

청판
쌀가루를 우유처럼 묽게 풀어 넓은 판에 얇게 붓고 2분 쪄서 종이 같은 막을 만든 뒤, 뜨거울 때 돌돌 말아 간장을 끼얹는 광둥·홍콩의 딤섬. 반죽에 글루텐이 하나도 없으니 이 막을 붙잡고 있는 것은 전분뿐입니다. 그래서 반죽은 한 판 부을 때마다 다시 저어야 합니다 — 쌀가루는 물에 녹는 것이 아니라 떠 있을 뿐이라, 1분만 가만히 두어도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편육
고기를 푹 삶아 뜨거울 때 보로 감싸 무거운 것으로 눌러 굳힌 뒤 아주 얇게 썰어 내는 한국의 잔치 음식. 삶는 것은 수육과 같고, 이 요리를 만드는 것은 누르는 단계입니다. 콜라겐이 녹아 나온 젤라틴이 아직 액체일 때 눌러야 식으면서 결끼리 붙어 한 덩어리가 되고, 그래야 2~3mm로 썰어도 부서지지 않습니다.

폴부 아 페이라
삶은 문어를 동전처럼 썰어 나무 접시에 담고 굵은 소금, 파프리카 가루, 올리브유만 뿌려 내는 갈리시아 요리. 재료가 이보다 적기 어려운 만큼 전부가 문어를 삶는 일에 달려 있습니다. 핵심은 의외인데, 문어는 얼렸다 쓰는 편이 낫습니다. 얼음 결정이 질긴 결합조직을 끊어 놓기 때문이고, 옛날에 바위에 내리치던 일을 냉동실이 대신하는 셈입니다.

쿠시카츠
오사카식 꼬치튀김. 돈까스처럼 밀가루-달걀-빵가루를 차례로 묻히는 것이 아니라 묽은 튀김옷 반죽에 담갔다 곱게 부순 빵가루를 입히는데, 이 한 가지가 얇고 매끈한 껍질을 만듭니다. 소스는 카운터에 놓인 통 하나를 모두가 함께 쓰기 때문에 두 번 담그지 않는 것이 규칙이고, 그래서 소스 자체가 한 번으로 충분하도록 묽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차슈바오
차슈를 달콤짭짤한 소스에 버무려 발효 반죽에 넣고 쪄내는 광둥식 딤섬. 잘 만든 것은 위가 세 갈래로 활짝 벌어져 안의 소가 보이는데, 그 갈라짐은 우연이 아니라 이스트와 베이킹파우더를 함께 쓰고 아주 센 김에 찌기 때문에 생깁니다. 같은 찜기에 들어가지만 하가우나 사오마이와는 계열이 다릅니다 — 저쪽은 얇은 피고 이쪽은 부풀린 빵입니다.

멘보샤
테두리를 자른 식빵 두 장 사이에 다진 새우를 두툼하게 넣어 튀기는 중국 요리. 한국에는 산둥 화교들이 들여왔습니다. 어려운 곳은 기름 온도 하나입니다 — 낮으면 빵이 기름을 빨아들이고, 높으면 겉이 타는 동안 새우가 익지 않아서, 낮은 온도에서 익히고 높은 온도에서 마무리하는 두 번 튀김이 정답입니다.

취두부
발효시킨 두부를 튀겨 마늘·고추 소스를 끼얹는 중국 길거리 음식. 발효 자체는 몇 달 묵힌 염수로 하는 일이라 집에서 담그지 않고 사서 씁니다 — 여기서 발효 두부는 대체재가 아니라 재료입니다.

스테이크 타르타르
살코기를 칼로 다져 케이퍼·코르니숑·샬롯·머스터드로 양념하고 노른자를 올려 차게 내는 프랑스 요리. 분쇄기를 쓰면 다른 음식이 되고, 산과 소금이 닿는 순간부터 시간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육회
살코기를 결 반대로 채 썰어 참기름 양념에 버무리고, 채 썬 배와 달걀 노른자를 곁들여 차게 내는 요리. 불을 쓰지 않으니 부위 선택과 칼질이 조리의 전부이고, 소금을 언제 넣느냐가 물이 생기느냐 마느냐를 정합니다.

골뱅이무침
통조림 골뱅이를 매콤새콤한 양념에 버무려 소면과 함께 내는 술안주. 실패는 거의 항상 물기에서 옵니다 — 골뱅이와 채소에서 나온 물이 양념을 묽게 만들면 되돌릴 수 없어서, 언제 버무리는지가 레시피의 절반입니다.

사오마이
위를 여미지 않는 딤섬. 만두처럼 봉하는 대신 완탕피를 손가락 고리에 밀어 넣어 컵을 만들고 소를 눌러 담습니다. 그래서 기술의 초점이 주름 잡기가 아니라 소의 탄력에 있고, 그 탄력은 소금을 먼저 넣고 반죽을 내리쳐서 만듭니다.

하가우
속이 비쳐 보이는 껍질에 새우를 통째로 넣어 찌는 광둥 딤섬. 투명함은 기술이 아니라 재료에서 나옵니다 — 글루텐을 걷어낸 밀전분(澄麵)이라야 익으면서 맑아지고, 밀가루로는 어떻게 해도 흰 만두피가 됩니다.

오타 이카
횟감 생선을 라임즙에 짧게 절였다가 즙을 버리고 코코넛 크림과 채소로 버무리는 통가의 대표 요리. 라임즙을 반드시 따라 버린 뒤 크림을 넣어야 분리되지 않고, 15~20분만 절여 가운데가 투명하게 남아야 부드럽습니다.

버팔로 윙
바삭하게 익힌 닭날개를 새콤 매콤한 버팔로 소스(핫소스+버터)에 버무린 미국 뉴욕 버팔로 발상의 안주. 블루치즈 디핑과 셀러리를 곁들여 시원하게.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로 튀김 없이도 바삭하게.

교자
다진 돼지고기와 양배추 소를 얇은 교자피에 싸서 밑면은 바삭하게 굽고 위는 촉촉하게 쪄낸 일본식 군만두. 마늘 향 가득한 소에 라유를 넣은 초간장을 곁들이면 멈출 수 없는 한 접시예요.

바바가누쉬
가지를 새까맣게 구워 훈연향을 입힌 뒤 타히니·레몬·마늘로 으깨 만든 중동식 가지 딥. 후무스와 사촌 같은 메제로, 피타나 채소에 찍어 먹기 좋아요.

월남쌈
라이스페이퍼에 새우·채소·쌀국수를 싸 먹는 베트남식 생춘권(월남쌈). 불을 거의 쓰지 않아 손쉽고 담백하며, 고소한 땅콩 디핑소스와 곁들이면 별미예요.

감자전
감자를 곱게 갈아 부친 한국식 감자전. 가라앉은 전분을 다시 섞는 것만 알면 별다른 재료 없이도 겉은 바삭, 속은 쫀득해요. 비 오는 날 막걸리 안주로도 인기예요.

브루스케타
구운 바게트에 마늘을 문지르고 올리브유와 토마토를 올린 이탈리아의 대표 전채. 불 거의 안 쓰고 15분이면 완성되는, 토마토 철에 특히 빛나는 손쉬운 요리예요.

차지키
그릭요거트에 오이·마늘·올리브유·허브를 섞어 만드는 그리스의 상큼한 요거트 디핑이에요. 불 없이 10분이면 완성되고, 피타·채소에 찍거나 케밥·구운 고기에 소스로 곁들여요. 오이 물기만 잘 짜면 누구나 실패 없이 만드는 시원한 한 그릇.

과카몰리
잘 익은 아보카도를 으깨어 라임·양파·고수·고추로 버무린 멕시코의 대표 딥. 불을 전혀 쓰지 않고 10분이면 완성돼요. 또띠야칩에 찍거나 타코·나초에 곁들이면 그만이고, 재료만 좋으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어요.